NYT '신중한 전쟁' 촉구 "군사적 대응만으론 성공 못해"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44분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22일 사설에서 미국 정부는 테러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기에 앞서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한 테러범들은 민간인 학살뿐만 아니라 미국의 무차별적이고 잔인한 군사적 보복을 유도해 전세계 이슬람인들을 집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타당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해 좀더 정교한 전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공격 대상은 현명하게 선별해야 하며 군사적 대응이 이슬람 세계에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으로 대대적인 반미 감정이 초래되어서는 안된다.

부시 대통령이 20일 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테러와의 전쟁은 무력 행사는 물론 외교, 정보, 사법 수단, 경제적 영향력 행사 등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돼야 한다. 외교적, 정보적, 사법적 측면이 군사적 측면만큼 중요하거나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의 오만함의 다른 형태이거나 이미 세계화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 세계화를 확대시키려는 책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부시 대통령은 두 가지 대응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하나는 테러 공격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개인과 국가, 즉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이다 조직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라크를 포함하는 국제 테러 조직과 관련된 국가 모두를 상대로 벌이는 광범위한 전쟁이다. 지금으로서는 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또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 국제적인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공격 대상 선별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보된 확실한 증거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세계에 공표해야 한다.

공격은 목적 또는 목표에 부합돼야 한다. 빈 라덴의 생포나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범 훈련 캠프 파괴가 목표라면 카불 공습은 불필요하다.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면 민간인을 희생시키지 않을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러시아 중국 인도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이슬람 국가들을 반테러 연합에 포섭하려는 것은 현명하다. 대부분 이슬람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빈 라덴의 테러 조직망을 찾아내 테러범을 체포하고 자금 이동과 의사 소통을 교란시키기 위해 이들 나라의 정부와 협조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미국은 새로운 적을 상대로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하고 있다. 군사적인 대응만 가지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정리〓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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