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人이 전하는 참상]과부-고아 통곡소리만 가득

  • 입력 2001년 9월 20일 17시 02분


“테러집단을 비호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겠다구요? 이미 그 곳은 철저히 파괴돼 석기시대처럼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3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타밈 안사리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 메일을 미국인 친구들에게 보냈다. 그 후 그의 글은 인터넷과 e메일 등을 통해 미국 네티즌에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무분별한 보복전쟁 자제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탈레반은 광신자 집단“▼

안사리씨는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전쟁과 가뭄으로 식량도 바닥나고 농장들도 대부분 파괴돼 경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며 “굶주리고 지쳐 도망갈 힘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모국의 비참한 상황을 전했다.

더구나 수백만명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라는 것. 안사리씨는 아프가니스탄을 왕래하는 지인들로부터 늘 모국 소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고통을 주겠다구요? 그들은 이미 처참하게 고통받고 있습니다. 집과 건물들을 파괴하겠다고요? 전란으로 이미 모두 파괴됐습니다. 폭격을 가한다면 당신들이 원하는 탈레반과 빈 라덴 대신 도망조차 가기 힘든 50만여명의 장애인 고아들만 제물이 될 것입니다.

그는 또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하는 정부가 아니라 나라를 일시 점령하고 있는 광신자 집단일 뿐 이라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른다면 결국 빈 라덴의 사악한 의도 만 충족시켜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사리씨는 “비유하자면 탈레반은 나치, 빈 라덴은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라며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나치수용소에 갇힌 유태인과도 같은데 왜 이들이 전쟁의 희생자가 돼야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시계 멈춘 중세국과 같아”▼

영국 BBC방송도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던 영국 적십자 요원 캐시 매호니의 말을 빌어 아프가니스탄은 20년 전에 시계가 멈춰버린 중세국가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매호니씨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TV나 라디오도 없기 때문에 고층빌딩의 개념 조차도 잘 모른다 며 따라서 이번 테러참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조차 힘들 것 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씨앗과 가축들도 다 소진되고 이제는 먹을 씨앗조차 없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간에서는 다섯 번째 생일을 넘기지 못하는 어린이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정권은 반군과의 내전에서 특히 삶의 근거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초토화 작전을 쓰고 있어 무려 300만명의 사람이 돌아갈 곳도 없이 유랑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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