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국인 생활상]외출자제…출장대신 화상회의…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57분


부시 참모진 묵념
부시 참모진 묵념
11일 발생한 미국의 테러 참사가 미국인의 생활과 의식, 기업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TV방송과 신문 등 언론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이 넘치고 성조기는 불티나게 팔린다. 비행기 탑승 출장 대신 화상회의를 갖는 기업도 늘고 있다.

▽총기와 성경〓끔찍한 참사를 TV로 지켜본 시민들은 외출과 쇼핑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내 2600여개 월마트 매장 고객 수는 1주일 평균 1억명이었으나 테러사건 후 10% 줄었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뉴욕과 버지니아 북부지역은 사건당일 낮 매출액이 평소보다 30∼40% 감소했다. 호신장비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늘어나 총기 판매량은 이날 하루만 70%, 탄약 판매량은 140% 늘었다. 그러나 범죄는 크게 줄었다. 뉴욕 경찰 관계자들은 테러 사건 이후 일주일간 범죄 발생건수가 평상시보다 30%가량이나 줄었다고 밝혔다.

사건 후 첫 일요일인 16일 미국 전역의 교회와 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어 성탄절을 방불케 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체감을 확인한 것이다.

▽심리적 충격은 여전〓연일 테러사건 보도로 거의 전 지면을 할애하던 현지 신문은 일주일이 지나면서 차츰 정상 지면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정규프로그램과 광고를 중단했던 주요 TV도 다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받은 커다란 충격 때문에 뉴욕시내 정신상담 클리닉이 붐비고 있다.

실종자 가족이 아닌데도 얼굴 사진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등 새로운 정신질환자도 생겼다. 한 여성이 ‘건물더미에 깔린 경찰관 남편이 휴대전화로 구조요청을 해왔다’고 알려와 구조대원이 긴장했으나 알고 보니 이 여성은 미혼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남편의 사무실이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안에 있었으나 천행으로 남편이 사고를 당하지 않은 한 주부는 요즘 남편과 휴대전화가 잠시라도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해 하루에 수백 번 통화를 하고 있다.

▽출장 대신 화상회의〓테러 발생 후 온라인 경매회사인 e베이와 증권회사인 찰스 스와프, 그리고 휴렛팩커드 등은 직원 출장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휴렛팩커드는 미국 내 직원 9만3000명 전원에게 국외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대신 인터넷을 통한 화상회의, 비디오 또는 오디오폰을 이용한 회의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때문에 전반적인 주가하락 속에서도 ATC 텔레콘퍼런싱, 폴리콤 등 화상회의 기술 및 장비 제공 회사주식은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각각 47%와 33%나 올랐다.

▽애국심 고취〓거리와 신문, TV,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애국심과 단결을 강조하는 광고가 넘친다. 금융회사, 신용카드사, 항공사 등 모든 업계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라는 문구를 고객 관련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은행은 자사 지점, 웹사이트, e메일을 이용해 유족돕기 성금을 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성조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인 13일 월마트는 11만6000여개의 성조기를 팔았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날보다 18배나 많다.

뉴욕타임스는 신문 한 면 전체에 성조기를 인쇄한 뒤 “이 성조기를 오려 가정이나 회사에 걸라”고 권유했다. 아프리카계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서도 백인계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성조기를 차에 부착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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