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아프간 현지표정]주민 사재기 연료-식량값 폭등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아프가니스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면서 아프가니스탄 주민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피란민 막으려 외곽도로 차단▼

탈레반 정권이 항전 의지를 표명하자 미국의 공격 표적이 될 만한 도시 거주민들은 오지로 피란을 떠나고 있다.

수도 카불은 대다수의 주민이 빠져나가고 상가는 거의 철시해 폐허 상태이며 미처 피란하지 못한 사람은 연료와 식량 사재기에 나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파키스탄 신문들이 전했다.

탈레반 당국은 주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카불에서 주요 도시를 잇는 3개 도로를 차단했으나 피란 행렬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현지발로 AFP통신이 전했다.

인접국인 이란과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대거 유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자 피란민 12만명이 18일 타지키스탄 국경으로 몰려들었다고 러시아 국경관리국이 밝혔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피란민이 대거 국경을 넘을 경우 구호대책을 세우기 어려워 국제 구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사재기 물품들을 찾아내기 위해 민가를 급습하고 상인들에게 영업을 계속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다 14일 출국한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사토시(中村哲)는 17일 “탈레반 정권은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총과 로켓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이 미국의 폭격에 대비해 집 마당에 방공호를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CNN주재기자에 철수 명령▼

서방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카불 잔류가 허용됐던 CNN방송의 릭 로버트슨 기자에게도 17일 탈레반 정권으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로버트슨 기자는 카불에서 차로 14시간 거리인 칸다하르로 가 탈레반 당국자들에게 철수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설득하고 있으나 설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는 TV 방송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CNN 방송이 유일하게 현지의 모습을 외부 세계에 전해 왔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17일 “파키스탄에 머물거나 여행하려는 미국인은 안전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판단하라”고 경고하는 한편 파키스탄 공관원 가운데 비핵심 인원에 대해서는 철수를 허용했다.

<홍성철기자·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홍권희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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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기자·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홍권희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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