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전기작가가 쓴라덴 "부친 종교헌신 영향 성전투신"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5분


“97년 4월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났다. 큰 키에 신비로운 느낌까지 주는 이 사우디아라비아 거부(巨富)는 조용한 어조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 전기 작가인 피터 베르겐은 1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지에 빈 라덴을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다. 다음은 그 요약.

“빈 라덴은 왜 미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가. 그 대답의 열쇠는 어린 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아버지 무하마드 빈 라덴은 1930년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민간 뒤 건설회사를 세웠다. 그의 가족은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건물들을 새로 짓고 유지 보수한다는 데 커다란 자긍심을 느꼈다.

종교적 신념과 사업을 결합한 무하마드의 성격은 자식들에게도 유전됐다. 빈 라덴은 ‘오늘날의 나는 아버지의 종교적 헌신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79년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몇주 만에 스물두살의 청년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도착했다.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공산주의 국가 소련에 대한 이슬람 국가의 ‘성전(聖戰)’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이미 빈 라덴은 폭파 전문가였다. 그는 아프간 반군에게 불도저와 덤프트럭 등 수백t의 장비를 넘겨줬다.

86년 빈 라덴은 파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 첫 군사 캠프를 세웠다. 그는 50여명의 대원을 이끌고 소련에 대항해서 싸웠다.

80년대 중반부터 그는 친지들에게 ‘이스라엘은 물론 이집트 같은 비이슬람 국가를 지원하는 미국의 상품을 사지 말라’고 충고하기 시작했다. 반미 성향은 90년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주하면서 증오로 바뀌었다.

빈 라덴의 전사 훈련방식은 혹독하다. 전사들은 미제 M16과 러시아제 AK47 소총, 이스라엘제 우지 기관총과 대공포 등을 다루는 훈련을 받는다. 또 C3와 C4,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물과 대인 및 대차량 지뢰 조작 등을 익힌다. 이런 일반 과정을 졸업한 사람만 폭탄 제조 및 공항 철도 군사기지 공격법 등을 배우는 전문가 과정에 참가할 수 있다.

훈련을 마친 전사들은 수년 동안 영어 등을 익히면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거사’ 직전에 e메일 등을 통해 임무를 부여받는다. 지금도 미국에는 때를 기다리는 수십명의 ‘평범한 시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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