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농락한 지능적 테러범들

  • 입력 2001년 9월 14일 23시 11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전체 직원의 4분의 1인 7000여명을 동원해 자살비행테러 범인 찾기에 나선 가운데 엉뚱한 아랍인들이 테러용의자로 체포되거나 추적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미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각국 수사당국도 용의자로 오인해 엉뚱한 사람을 잡았다 풀어주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수사당국이 테러범들과 연계됐을 만한 실낱 같은 단서만 나타나도 일단 용의자로 지목하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테러범들이 교묘히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면서 수사당국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FBI와 미국 언론이 유력한 테러용의자로 지목해 집중 추적했던 아드난 부카리와 아미르 부카리 형제가 엉뚱한 용의자로 지목된 대표적인 경우.

이들은 11일 보스턴 로건공항을 출발해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들이받은 아메리칸항공(AA) 11편의 티켓을 구입했고 로건공항에서 닛산 자동차를 빌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수사당국이 플로리다주에 있는 이들의 거주지를 급습한 결과 아미르는 이미 1년 전에 사망했으며 아드난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드난의 변호사는 “부카리 형제가 신분증을 도난 당해 이런 혼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이 이들의 신분증을 입수, 위조해 사용함으로써 수사에 혼선을 불러일으킨 것.

이들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용의자’로 보도했던 미국 CNN방송은 13일 정정보도를 통해 “아드난은 FBI의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을 뿐 용의자는 아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또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11일자 뉴욕발 비행기표를 갖고 있던 5명을 용의자로 13일 체포했다. 그러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세계무역센터 테러와는 관계가 없다고 수사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 경찰은 13일 미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2명과 함께 생활했던 한 모로코인 공항직원을 체포했다가 14일 석방했다. 필리핀 당국도 지난 주 마닐라의 미국대사관을 비디오로 촬영하다 붙잡힌 오만 국적의 아랍인 3명에 대해 테러와의 관련성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풀어주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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