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주식 테러’로 떼돈?…美-英 정보기관 수사착수

  • 입력 2001년 9월 14일 19시 49분


‘테러범이 선물(先物)이나 옵션계약을 맺고 참사를 일으켰다면 떼돈을 벌지 않았을까.’

11일 미국에서 테러 대참사가 발생한 뒤 국내외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한 번쯤 이 같은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테러의 충격파로 세계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

선물이라는 말 그대로 정해진 가격에 미리 팔아놓고 폭락한 뒤 현물로 갚으면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주가가 100인데 내일 70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할 경우 내일자 선물로 100에 팔면(내일 100에 팔겠다고 계약을 맺으면), 그 다음날 70으로 현물을 사 100에 팔고 30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 비록 순전히 운이지만 12일 국내 옵션시장에서 한 투자자가 504배를 번 것도 이와 똑같은 원리였다.

이 같은 엉뚱한 생각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 동시 다발 테러의 배후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 발생 전에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자금으로 주식과 외환을 선물계약해 테러사건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 일본 산케이신문은 14일 미국과 영국의 관계소식통에 따르면 빈 라덴이 거액의 이익을 챙기는 동시에 선물거래 상대방인 유대계 자본에도 타격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LG선물의 김종빈(金鐘彬) 부장은 “금융시장 종사자라면 테러범들이 선물거래를 해놓고 만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 번쯤 떠올려봤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토록 치밀하게 준비한 테러범들이 차익에 눈이 멀어 금방 꼬리가 잡힐 거래를 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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