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연락두절 교민들 생존확인 잇따라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41분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후 연락이 두절돼 실종신고됐던 한국인 중 상당수가 13일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가족들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 반면 이날까지 실종자의 생사 확인을 못한 가족 친지 등은 뜬눈으로 사흘 밤을 지샜다.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내 모 금융회사에서 일하던 여동생 이정민(李廷玟·25)씨와 연락이 끊겼던 오빠 이태영(李泰榮·41·부산 연제구)씨는 12일 밤 뉴욕의 숙모에게서 동생이 사건 전날 뉴저지로 회사 연수를 받으러 떠나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동생의 생사를 알아보려고 휴대전화로 수백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동생이 숨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전했다.

세계무역센터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한 영국 금융회사에 외아들 강일(姜逸·29)씨가 근무하던 강정진(姜正進·64·부산 연제구)씨도 사고 발생 38시간만인 13일 오전 11시반경 ‘무사하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4시간동안 건물에 갇혀 있다가 구조된 뒤 대피소로 이동하면서 연락하지 못했다는 아들의 이야기에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며 “연락이 안된 그동안은 생각하기도 싫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세계무역센터 부총재로 근무하는 데이비드 리(43·한국명 이희돈)씨와 이 빌딩 안이나 근처의 사무실에 연고를 갖고 있던 박찬영(25·유학생), 김태현(50·사업), 임한나씨(23·여·어학연수생) 등 당초 뉴욕 총영사관을 통해 소재 미확인자로 알려졌던 37명의 교민 중 상당수의 생존이 확인됐다.

<최호원·김창원기자>bestiger@donga.com

▽생사 확인 가족〓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내 모 금융회사에서 일하던 여동생 이정민(李廷玟·25)씨와 연락이 끊겼던 오빠 이태영(李泰榮·41·부산 남구)씨는 12일 밤 뉴욕의 숙모에게서 동생이 사건 전날 뉴저지로 회사 연수를 받으러 떠나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관련기사▼

- 외교부, 한인 23명 생사 미확인

이씨는 “동생의 생사를 알아보려고 뉴욕의 집과 휴대전화로 수백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동생이 숨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전했다.

WTC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한 영국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외아들 강일(姜逸·29)씨의 아버지 강정진(姜正進·64·부산 연제구)씨도 사고 발생 38시간 만인 13일 오전 11시반경 ‘무사하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4시간 동안 건물에 갇혀 있다가 구조된 뒤 대피소로 이동하면서 연락하지 못했다는 아들의 이야기에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며 “연락이 안 된 그동안은 생각하기도 싫은 기나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WTC 부총재로 근무하는 데이비드 리(43·한국명 이희돈)씨와 이 빌딩 안이나 근처의 사무실에 연고를 갖고 있는 박찬영(25·유학생), 김태현(50·사업), 임한나씨(23·여·어학연수생) 등 당초 뉴욕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소재 미확인자로 알려졌던 50명의 교민중 30명의 생존이 확인됐다.

▽생사 미확인 가족〓3년 전 뉴욕주 관세청 공무원이 된 이명우씨(42)는 세계무역센터 86층에서 근무하다 실종됐다. 국내에서 LG전자에 근무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8년여 전 미국으로 유학해 회계사에 합격했다. 13일 오후 5시경 명우씨의 누나 복희씨(54·대전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와 인근에 사는 동생 상희씨(38)는 복희씨 집 거실에서 선 채로 전화통 주변만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머니 엄봉림씨(77)는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엄씨는 사고 이후 음식물마저 삼키지 못해 링거로 기운을 지탱하고 있다.“뉴저지에 사는 올케(박미영·37·명우씨의 아내)가 생존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매일 이 잡듯 뒤지고 있어요. 저희는 올케 및 뉴욕 주재 총영사관과 매일 5, 6차례씩 전화 통화를 하고 있지요. 어제는 뉴욕의 자원봉사자 모임이 생존자 사이트에 오빠 이름을 띄워 놓아 뛸 듯이 기뻐했는데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또 올해 1월부터 역시 세계무역센터 86층의 미국 국세청(IRS)에서 일하던 이현준씨(33)는 테러가 발생한 11일 오전 출근한다고 나간 뒤 실종됐다. 부인 김진희씨(29)와 아버지(63) 어머니(58) 등 가족은 13일에도 이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맨해튼 일대 병원과 거리를 헤매고 들어와 파김치가 돼 있었다. 어머니는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됐다고 그렇게 기뻐하더니…”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부인 김씨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

이씨 가족이 뉴욕에 정착한 것은 85년. 아버지가 81년 먼저 건너가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하며 영주권을 따낸 뒤 가족을 초청한 것.

역시 뉴욕에 살고 있는 이씨의 장인은 “사위는 평소 홈리스(부랑인)들에게도 피자를 사주며 온정을 베풀던 착한 사람이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최호원·김창원기자·대전〓지명훈기자>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