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주재원 피해]韓人 女교수 부부-딸 탑승 참변

  • 입력 2001년 9월 12일 23시 49분


[뉴욕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충돌한 유나이티드항공(UA) 여객기에 한국인 여교수 일가족 3명이 탑승했다 숨졌다.또 12일 오후 7시(미국 시간 12일 오전 6시) 현재 뉴욕 교민 35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중에는 LG화재 구본석 소장(42)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AA) 여객기 탑승객 가운데 ‘이씨(Lee)’ 성을 쓰는 승객 8명이 한국인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스턴 의대 교수 김지수씨(34·여)는 11일 오전 남편 피터 핸슨(컴퓨터회사 부사장), 딸 크리스틴(2)과 함께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에 탔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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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납치됐다” 전화▼

김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었으며 버클리 의대를 거쳐 보스턴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해왔다. 김씨는 4년 전 결혼, 남편 핸슨씨 출장길에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할머니(83)를 방문하려고 비행기에 탔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핸슨씨는 여객기가 무역센터빌딩을 들이받기 전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스튜어디스가 칼에 찔렸다. 다른 곳으로 납치돼 가는 것 같다”고 연락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뉴욕총영사관 조병립 참사관은 “AA측이 비행기 탑승자 가운데 이씨(Lee) 성이 8명이라고 알려줬지만 중국인과 미국인도 이씨 성을 쓰는 사람이 있어 이들의 국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교민 사회는 이번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인근 뉴저지주 에지워터의 교민 이성훈씨(32)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일하는 교포 후배에게 연락이 안되고 있다”면서 “교포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하루종일 화염에 싸인 맨해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성택(趙性澤) 스토니브룩 대학 교수는 “뉴욕시내로 가는 교량과 도로가 모두 폐쇄됐으며 학교도 가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승객 명단에 Lee씨 성 8명 ▼

워싱턴의 의사 신중호(申重昊)씨는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근무하는데 연방정부 건물에 있어 추가 테러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내내 시달렸다”고 말했다.

유학생 김경달씨(33)는 “뉴욕 교민들은 한때 전화가 불통돼 불안에 떨었으며 슈퍼마켓에는 쌀과 라면 등 비상식량을 사러 온 한인들로 붐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가 폭등을 우려해 기름을 사려는 시민들로 주유소도 새벽까지 장사진을 이뤘고 일부 주유소는 기름값을 배럴당 5달러씩 더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진녕·서영아·부형권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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