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 5大 미스터리 "미국이 이렇게 허술할 수가"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11일 미국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를 지켜본 이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테러범들이 무려 4대의 민간여객기를 납치해 밝은 아침에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110층짜리 건물을 들이받을 때까지 세계 최강대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미국은 왜 그렇게 허술했나〓미국은 냉전 붕괴 이후 특별한 적대국이 없었던 지난 10여년간 정보 체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전 시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했다.

미국 본토 내의 테러 역시 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발 사건 이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98년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폭발사건 등 해외 주재 미 공관이나 미군들을 상대로 한 테러만이 발생했던 것.

이 때문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도 적어졌다. 올해 초 미 뉴욕타임스에는 “국방부와 정보 기관들이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테러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외부 필자의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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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거주 한 아랍 언론인은 “오사마 빈 라덴이 3주전 미국을 상대로 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임을 밝혀왔다고 11일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가 미국에는 입수되지 않았다.

리처드 셀비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공위성과 감청 시스템, 컴퓨터 등으로 중무장한 CIA 연방수사국(FBI) 국가보안청(NSA)의 정보처리 시스템이 이번 테러를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밥 그레이엄 민주당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지금부터라도 정보요원들을 중심으로 한 인적 정보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했던 2편의 비행기가 이륙했던 보스턴 로건 공항의 보안 검색 체계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왜 11일 오전이었을까〓범인들이 11일 오전 8시를 전후한 시간에 범행을 시작한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주로 떠났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미주기구(OSA) 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로 떠나 워싱턴을 비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도 워싱턴에 대한 군과 경찰의 경계태세가 다른 때보다 한단계 낮아진다는 사실을 테러범들이 이용했다고 추정한다. 부시 대통령과 파월 장관의 타지 방문은 예고된 것이었다.

특히 12일은 세계무역센터 인근의 뉴욕 주재 연방법원에서 이슬람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98년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테러를 사주한 혐의에 대해 궐석 선고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던 점도 11일 테러 발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침일과가 시작되는 오전 8시 전후 공항 등지의 보안 담당자들의 경계가 느슨해질 수 있으며 테러목표인 세계무역센터 등에 상당수가 출근해 피해를 크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테러범들이 노린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왜 미 동부에서 서부로 출발한 여객기를 납치했나〓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소속의 여객기가 2대씩 납치됐다. 모두 국내선이며 보스턴 워싱턴DC 등 미국 본토 동단(東端)에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서단(西端)으로 향하던 여객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폭발을 위해 연료를 많이 실은 비행기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테러범들이 미국 국적의 두 항공사가 가지는 상징성을 겨냥해 반미(反美) 의지를 드러내려고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 항공기는 국내선이라서 국제선보다 한단계 낮은 보안검색이 적용된다. 여기에 승객을 태운 상태라서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섰다 해도 미 당국이 쉽사리 격추시킬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여객기는 미국 본토 내 최장거리 노선을 오가는 항공기 가운데 하나로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던 보잉 757기종은 4만ℓ 이상, 나머지 보잉 767기종은 7만4000ℓ 안팎의 연료를 싣고 있었을 것이라고 항공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 보안전문가는 “이 정도의 연료가 폭발하면 웬만한 소읍(小邑)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며 “테러범들이 강력한 폭탄 대용으로 삼기 위해 최장거리 국내선 여객기를 목표물로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를 노렸나〓이번 테러를 이슬람 테러범의 소행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은 세계무역센터가 ‘세계 경제 수도’의 최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뉴욕시가 유대인 밀집지역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무역센터에 사무실을 둔 상당수 기업이 유대인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가 목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전세계 미군의 통수 본부라는 상징성 외에도 인근의 백악관이 원래 목표였다는 분석도 있다. 백악관은 미 국방부와는 포토맥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제임스 모런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날 뉴저지 뉴어크발 유나이티드항공기가 추락한 곳이 대통령 하계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부터 불과 135㎞ 떨어졌을 뿐이라며 테러범들이 처음에는 대통령 관련시설을 타격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이 어떻게 여객기를 제압해 목표물에 정확히 들이받았을까〓보스턴 헤럴드지는 피랍된 항공기에서 몰래 전화를 한 승객들의 전언 등을 빌려 테러범들이 면도기와 칼 등을 기내에 반입했다고 전했다. 헤럴드지는 테러범들이 이들 흉기로 승무원들을 살해하기 시작해 조종사들이 조종실 문을 열고 나오도록 유인한 뒤 비행기를 장악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테러범들이 조종실을 점령한 다음 뉴욕과 워싱턴으로 향하자고 요구했을 때 조종사들이 ‘가미카제식 테러’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영국 BBC방송은 조종사들이 피랍 직후 ‘통상적인 인질 사건’이 되리라 보고 범인들이 희망하는 장소로 비행기를 몰고가 협상 결과를 기다리자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가미카제식 테러’를 하려는 것이 분명해진 단계에서 이에 응할 조종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항공관계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BBC방송은 이에 따라 조종사들이 목표지 인근 상공에서 살해됐으며 이후는 테러범들이 직접 조종간을 잡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테러범들이 기초 조종술을 교육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세계무역센터 빌딩이나 미 국방부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물들을 향해 기수를 돌리는 일 정도를 어렵잖게 수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1일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정보 브리핑을 받은 미 의회 관계자는 “미 시민권자 등으로 구성돼 있는 지상관제요원이 테러작전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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