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철권통치 막내릴까… 벨로루시 9일 대선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46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몰락 이후 유럽에 남은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47·사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9일 실시될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그의 운명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집단농장 감독 출신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집권한 뒤 반대파와 언론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불법적인 개헌, 정적 제거 등을 통해 철권통치를 이어온 인물. 96년엔 의회를 강제 해산하고 국민투표로 헌법을 고쳐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다.

벨로루시의 전 비밀경찰 요원 2명은 7월 미국에 망명해 “비밀경찰이 99년 사라진 야당 지도자 4명을 포함해 반대파 40명을 암살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방 세계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이번 대선에 쏟는 관심은 지대하다.

미국은 사실상의 야당 단일후보인 블라디미르 곤차리크 노동조합연맹위원장(61)과 시민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암암리에 900만달러를 원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를 사흘 남겨둔 6일 현재 판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경제 실패와 각종 탄압정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러시아와 국가통합협정을 체결(99년 12월)하고 2005년부터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결정(2000년 12월)함으로써 구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평소 유엔전범재판소에 기소된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5일 “서방측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든 안하든 상관없다”면서 “선거가 끝나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을 당장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OSCE는 5일 성명을 통해 “벨로루시 언론이 OSCE의 선거감시 역할을 스파이 활동으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선거를 촉구했으나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언론 접근이 거의 차단된 상태이고 제3후보인 세르게이 가이두케비치는 루카셴코측이 내세운 ‘관제후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소식통은 “정부가 이미 루카셴코의 득표율을 61% 이상으로 맞추기로 짰다”고 전했다.

하지만 벨로루시 주재 미 대사관이 지난달 30일 밝힌 지지율을 보면 루카셴코 대통령이 46%, 곤차리크 위원장이 40%로 나타나 아직은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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