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진격 이軍 장기점령 준비… “저격병 일소위해”

  • 입력 2001년 8월 29일 19시 19분


무스타파 장례식
무스타파 장례식
이스라엘군이 28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베이트 잘라를 점령해 진지를 구축하는 등 ‘장기 점령’ 태세를 갖췄다.

지난해 9월 양측간의 분쟁이 재발된 이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진입했다가 철군한 적은 수 차례 있었지만 장기 점령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베이트 잘라에 탱크를 앞세워 진입한 뒤 주요건물 등에 진지를 구축하고 화기와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스라엘군은

점령 이유에 대해“팔레스타인측이 베이트 잘라의 언덕에서 예루살렘 남부의 유대인 마을 길로를 향해 총을 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측은 “베이트 잘라가 저격병들의 온상으로 변해가고 있어 이를 일소하기 위해 당분간 병력 주둔이 불가피하다”며 “팔레스타인측이 박격포 등을 동원한 공격을 멈출 때까지 철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건물의 옥상 등에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태세를 갖추자 팔레스타인측도 공격을 멈추지 않은 채 시가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는 등 분쟁이 전쟁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 진입해 위협을 가한 뒤 곧바로 철수하곤 했으며 팔레스타인측도 이스라엘측의 보복 진격에 대해 즉각적인 맞대응을 자제해 왔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8일 밤 2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이스라엘군 철수와 팔레스타인의 포격 중단을 논의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측의 장기 점령 기도가 대(對) 팔레스타인 군사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측의 잇단 강경책에 대해 외국은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지의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인 아미르 오렌은 “아리엘 샤론 총리가 장기적인 전략 없이 사태를 근시안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샤론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당 각료들은 “최근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한 주요 사안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베이트 잘라 진입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철군을 촉구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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