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의 보복" 다짐…중동 전운 고조

  • 입력 2001년 8월 10일 19시 02분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요원이 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자행,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이 즉각 강력한 보복공격에 나서 중동에 또다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팔레스타인 주요 인사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과 팔레스타인측의 자살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6월 13일 이후 형식적이나마 유지된 양측의 휴전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도했다.

▽피해상황 및 현장〓하마스 요원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번 테러로 어린이와 외국인을 포함해 18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했다. 유대인 일가족 5명이 몰살했으며 브라질인과 미국인 등 외국 관광객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언론은 6명의 어린이가 숨졌다고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크게 다친 사람이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건 현장인 예루살렘 중심가의 스바로 피자가게는 내부가 완전히 파괴됐으며 유리조각 등 파편과 함께 희생자들이 흘린 피가 바닥에 낭자해 사건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현장에는 수십명의 이스라엘 청년들이 모여들어 “복수를 원한다. 아랍인들을 죽여라”고 외치는 등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베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과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등이 긴급 회의를 열고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은 곧바로 F16 전투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있는 팔레스타인 경찰본부 건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공격에 전투기를 동원한 것은 5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추가 보복에 대비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공공건물에 있는 주민과 관리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이어 이스라엘측은 10일 날이 밝자마자 동예루살렘에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실인 ‘오리엔트 하우스’를 폐쇄하고 이 곳에서 일하던 관계자 7명을 구금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조치는 동예루살렘을 장차 설립될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삼을 계획인 팔레스타인측을 자극해 더욱 강한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살테러 무기화 배경▼

자살폭탄 테러는 이슬람 지하드나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과격단체가 자주 사용하는 주요 저항 수단 가운데 하나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쉽게 주목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

자살폭탄 테러에 나서는 사람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미혼 청년. 이들은 종교적 명분을 위해 ‘순교’하면 천국에 가서 신의 옆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자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슬람 지하드가 12∼15세의 어린 청소년을 상대로 ‘자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과격단체는 “자살폭탄 테러에 나설 전사는 수없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작전’에 나서기 전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약물을 이용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은 스스로 엄격한 종교적 명분에 따라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

자살폭탄 테러에 나설 전사로 선발되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는 한편 명상이나 이슬람교리에 대한 공부에 몰두하면서 서서히 순교를 맞을 준비를 하게 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자폭테러범 알 마스리, 이軍 공격에 격분 "순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조직원인 이제딘 알 마스리(23)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마스 지도자들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이번 자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알 마스리는 가족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일해왔다. 가족들은 그가 8일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말만 남기고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평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핍박하는데 분통을 터트려온 그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양측 유혈충돌이 격화된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각종 하마스 행사와 희생자 장례식에 참여해왔다. 특히 지난주 이스라엘군이 나블루스 하마스 본부를 공격해 지도자가 숨지자 몹시 격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전부터 ‘순교자’의 길을 갈 생각을 내비쳐온 그가 결국 자살 공격을 한 것으로 밝혀진 뒤 가족들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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