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 표정]反세계화 시위대 15만명 집결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41분


20일 열리는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9일, 이탈리아 제노바는 폭풍 전야 같은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2만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회의장을 중심으로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러나 반(反) 세계화 단체들은 정상회의 시작 당일인 20일 1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경찰의 봉쇄망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엄청난 유혈 충돌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경찰은 G8 외무장관회의가 시작된 18일부터 정상회의 개최지인 제노바를 사실상 봉쇄했다. 또 반 세계화 시위대의 입국을 막기 위해 솅겐조약에 따라 개방했던 국경에 대한 통제를 재개했다. 정상회의가 시작되면 공항과 기차역, 항구 등 제노바로 통하는 모든 통로가 폐쇄된다.

경찰은 회의장인 듀컬궁을 중심으로 1차 저지선인 ‘옐로 존’(Yellow Zone), 최후 저지선인 ‘레드 존’(Red Zone)을 쳤다. 레드 존에는 차량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콘크리트 방어벽과 4m 높이의 철제 바리케이드가 버티고 서 있다. 경찰은 회담 참가자와 특별 신분증을 소지한 레드 존 거주자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반 세계화 시위가 심해질 경우 정상회의 장소가 듀컬궁에서 항구에 정박한 선상(船上)으로 옮겨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상들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질 선상에 머물 예정이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국 경호원들이 경비하는 구역에 머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노바 시내는 상점들이 문을 닫고 행인들이 크게 줄어든 데다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무장한 경찰 병력이 밤늦게까지 순찰을 돌아 마치 계엄 치하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시위대의 대량 체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일찌감치 죄수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제노바시의 감옥을 비워놓았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반 세계화 단체 대표들은 ‘세계화를 주도하는 G8 정상들의 모임 반대’라는 기치 아래 전세계에서 제노바로 집결 중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17일 현재 이미 3000여명이 제노바에 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 주최측으로 알려진 ‘제노바 사회포럼’은 경찰의 봉쇄를 미리 예상해 봉쇄작전 돌입 전에 제노바에 집결하라는 지침을 전세계 700개 반 세계화 단체에 띄웠었다.

제노바 시내에는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정상회의장에 대한 공중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반 세계화 운동가들은 또 ‘장난 전화’라는 신종 작전을 구사해 경찰을 골탕먹이고 있다.17일에만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전화가 60통이나 걸려와 바짝 긴장하고 있던 이탈리아 경찰이 허둥대기도 했다.

○…반세계화 운동의 스타인 프랑스의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도 18일 제노바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제노바 도착 일성으로 “경찰과 군인 수만명의 보호 속에 숨어 있는 G8 정상들이 이번 회의를 세계를 분할하기 위한 새로운 얄타회담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베씨는 99년 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기간에 시애틀 현지에서 반 세계화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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