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배커 의원 인터뷰]"김대통령 심각히 수용을"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19분


《한국의 언론 상황을 우려하는 서신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낸 다나 로라배커 미국 하원의원(공화)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의 언론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의 언론문제에 관한 서한을 김대통령에게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신문 등이 세무 조사의 타깃이 됐고, 이들 언론이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근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북한의 사악한 독재 정권은 한국과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이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국민이 통일이라는 이름 하에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상실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3월에 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대한 답장을 받았는가.

“김대통령으로부터는 서면으로 회신을 받지 못했다.”

-김 대통령과 한국 정부로부터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설명이나 사과를 받기보다는 부정적인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는 김 대통령이 언론 매체에 대해 독재자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김 대통령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들이 보기에 진지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김 대통령에 대해 혹평을 하자면 그는 현재 북한 정권이 저지른 많은 죄를 덮으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직한 언론을 배격, 위협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후속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자기중심적인 인물(egomaniac)이 규칙을 바꾸고 사람들의 자유를 위협하도록 내버려 두기엔 너무 많은 생명과 재산(blood and treasure)을 한국에 투자했다.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며, 김 대통령이 이를 억압하고 위협하려 들 경우엔 미국과 한국에서 스스로를 해치게 될 뿐이다.”

-김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번 서한이 사적인 것이고, 의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 의회는 김 대통령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을 도우려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우리는 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미 의원들이 이 문제에 개입할 것으로 보는가.

“이렇게 답변하겠다. 만일 세무조사와 한국 정부의 다른 규제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 내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점증할 것이고 미국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의원들이 김 대통령의 행동을 중단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이회창총재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8일 미국 하원의원 8명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한국의 언론 상황을 우려하는 편지를 보낸 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총재단 회의와 의원총회에서의 이 총재 발언 요지.

“외국 언론에 이어 외국 정치인까지 한국의 언론 상황을 비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언론 문제가 국제적으로 원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조세권 행사에는 어느 누구도 항거해선 안되지만 조세권을 빌려 특정인이나 특정언론사의 자유를 침해하면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가 좋지 않은데 주요 민생 문제는 놓아두고 왜 언론사 세무조사 같은 문제로 국민을 괴롭히고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가. 하루빨리 국론을 모으고 화합해야 한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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