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美의원들의 서한 사례

  • 입력 2001년 7월 17일 19시 21분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민주주의 및 인권, 언론 상황과 관련해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국 대통령 또는 정부 앞으로 서한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 정권 출범 이후에는 이 같은 행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8명의 하원의원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한국의 언론상황을 우려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주의의 암흑시기라고 볼 수 있는 70, 80년대는 물론이고 9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 의원들은 언론인을 비롯한 정치범 석방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한국 정부에 수없이 보내왔다.

87년 1월 바버라 복서 등 미 하원의원 48명은 ‘보도지침’ 사건과 관련해 투옥된 김태홍 신홍범 김주언씨 등 3명의 언론인을 석방해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두환(全斗煥)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90년 6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위원 등 10명은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에게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다 투옥된 모든 인사를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당시 한국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KBS 파업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자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처사’라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 하원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톰 랜터스 등 하원의원 46명이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57명의 미전향장기수를 사면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91년 5월과 12월에도 미 하원의원 45명과 18명이 한국 정부에 별도의 서한을 보내 한국의 대표적인 양심수이던 김근태(金槿泰·현 민주당 최고위원)씨를 석방해 줄 것을 요청했다.

▼87년 이후 미국 의원들이 한국에 보낸 주요서한▼

시기보낸 사람서 한 내 용
87.1하원의원 48명‘보도지침’과 관련해 투옥된 한국 언론인 3명 석방 촉구
90.6상원의원 10명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다 투옥된 인사 석방촉구
90.11하원의원 46명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비전향 장기수 57명 사면 촉구
91.5상하원의원 10명양심수 김근태씨 석방 촉구
91.12하원의원 18명
95.2상하원의원 45명육류시장 개방 촉구
2001.3하원의원 3명국무부 인권보고서중 한국언론관련 부분 등에 우려 표명

한국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미 의원들이 한국 정부에 정치적 문제에 대한 서한을 보내는 일은 사라졌지만 대신 경제 문제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다.

95년 2월 미 상원 및 하원의원들이 한국의 육류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각각 전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당시 “한국은 미국의 교역상대국 중 유일하게 정부가 식품유통기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며 최장 2주가 걸리는 통관절차로 미 육류 수출이 방해받고 있다”며 시장 개방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언론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우려하는 미 의원들의 연명 서한이 재개된 것은 올해 3월.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크리스토퍼 스미스 부위원장 등 하원의원 3명은 김 대통령에게 보낸 3월6일자 서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와 ‘강한 정부론’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의원들은 당시 서한에서 “최근 국무부가 발표한 2000년 인권보고서의 한국 언론 관련 부분에 ‘언론사에 대한 잠재적인 세무조사 위협과 광고주에 대한 압력은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어떤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기 검열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는 대목이 들어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최근 한국에서 대북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언론인 해설가 탈북자들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언론자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혹시 내년 선거 일정이 변경되거나 김 대통령이 재집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서면으로 해명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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