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여성-아동이 53% 차지"…유엔서 확산막기 특별총회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5분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의자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주사까지 맞아봤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누가 이 아기를 보살펴 줄 수 없나요. 저는 에이즈에 걸렸기 때문에 곧 죽을 거예요.”

몸에 난 상처와 종기 때문에 옷을 입을 수 없어 때묻은 수건으로 몸을 가린 한 소녀가 인도 동부 마드라스의 에이즈센터에 뛰어들었다. 19세 순다리양. 커다란 두 눈에서는 눈물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가냘픈 몸은 언제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의 팔에는 생후 두달된 아들 조지프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난과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사망에 이어 고모에 의해 매춘업소에 넘겨진 뒤 겪어야 했던 지옥 같은 생활은 순다리양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결국 그에게 찾아온 것은 천형(天刑) 에이즈와 원치 않은 출산. 순다리양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제3세계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다.

1일에는 1989년 에이즈에 감염된 채 태어나 그동안 에이즈 퇴치운동의 상징이 되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은코시 존슨이 마침내 숨을 거둬 세계인을 안타깝게 했다. 존슨군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에이즈환자를 정상인처럼 대해 달라”고 호소하며 에이즈환자의 인권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에이즈 유엔 특별총회〓올해 에이즈 발견 20주년을 맞아 유엔은 25∼27일 뉴욕에서 지구촌 에이즈확산 방지를 위한 특별총회를 개최한다.

유엔이 공중보건문제로 특별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1945년 유엔 탄생 이후 이번이 처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6명의 국가정상을 비롯해 각국 대표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세계차원의 협력문제가 논의된다. 에이즈 감염자의 노동권 보장 등을 담은 노사정 실천강령을 채택할 계획이다.

▽여성 및 아동감염〓지난 한해 동안 에이즈에 감염된 530여만명 중 여성과 어린이는 각각 220만명과 60만명을 기록해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감염자 3610여만명 중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성의 비율은 97년 41%에서 지난해 47%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임신과 출산으로 혈액과 모유를 통한 영아 감염 사례가 부쩍 늘어 개발도상국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채 출생하는 영아 중 50%가 두돌 전에 사망하고 5세가 되기 전에 80% 사망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세계 어린이의 80%가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이남에 몰려 있다.

▽고아문제〓지난해 하루 1만5000명의 에이즈 환자 발생으로 가장 심각한 것이 고아의 양산문제. 13일 열린 국제에이즈회의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2010년까지 약 3000만명의 고아가 발생할 것이며 이중 90%가 아프리카 어린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마이클 전 미국 상원의원이 이끄는 국제위기단체(ICG)도 “2010년까지 약 4000만명의 고아가 양산돼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여성 및 아동 에이즈 감염실태(단위:명)
 전 체여성15세이하 아동
전체 감염자3610만1640만140만
2000년 감염자 530만 220만 60만
2000년 사망자300만130만50만
81년이후 사망자 2180만 900만43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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