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난민학살 전범" 보도에 샤론 발끈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26분


“BBC방송은 반유대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력자의 행동과 기록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의 의무다.”

영국 BBC방송이 17일 시사추적 프로그램 ‘피고인’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1982년 9월 국방장관으로 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발생한 난민학살 혐의에 책임이 있다며 전범 기소가 가능하다고 보도하자 이스라엘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BBC방송은 각종 조사 자료와 미 프린스턴대의 리처드 포크 교수(국제법)의 발언을 인용해 “샤론 장관은 당시 베이루트에 머물면서 이스라엘군의 조종을 받던 레바논 민병대가 난민캠프로 진입해 벌인 학살 사건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샤론은 전범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난민학살은 당시 레바논의 대통령 당선자였던 바시르 게마옐 친이스라엘계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가 암살당한 뒤 발생한 것. 이후 이스라엘 정부 조사위원회는 “간접책임이 있는 샤론 국방장관은 사직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고 샤론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BBC방송의 보도에 대해 지데온 마이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BBC방송은 반이스라엘적, 반유대주의적인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난 기신 샤론 총리 보좌관도 “이스라엘은 민병대가 그런 학살을 저지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BBC방송의 보도는 팔레스타인에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BBC방송의 퍼걸 킨 기자는 “우리는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 권력을 휘두른 자들의 행동과 기록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의 임무”라고 대답했다. BBC방송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권문제에 관한 법률적 분석을 기초로 학살의 최종 책임자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며 보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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