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철강수입 제한 추진]美 減産피해 수출국에 '떠넘기기'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4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통상법 제201조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실태 조사를 명령함으로써 국제적인 철강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의 신봉자’를 자처해온 부시 대통령이 소신을 꺾고 업계의 201조 발동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독자적으로 201조 발동을 추진해온 의회에 무역정책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조에 우호적인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6월 중순을 목표로 201조 발동을 추진해왔다. 하원도 210명의 의원이 이미 철강 수입규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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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강업계는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의 정부보조금과 과잉설비 등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4·4분기(10∼12월) 미국의 철강생산량이 전년동기대비 23% 줄면서 인원 감축과 조업 정지 등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미국의 철강수입은 올 들어 다소 줄고 있기는 하지만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3431만t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98년에 비해서는 8.9% 낮지만 99년에 비해서는 5.9% 증가한 것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일시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세계무역기구(WTO)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4∼5개월의 ITC 조사기간을 포함해 부시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8∼10개월 동안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과 다자 및 쌍무 협상을 벌여 정부보조금 철폐와 생산량 제한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EU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들은 미국 철강산업의 문제는 실업자 증가 등을 우려해 비효율적인 생산설비를 폐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을 ‘옳지 못한 결정’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비용을 무역상대국에 부담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 회의에서도 EU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철강 수출국 대표들은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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