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여소야대 되나…소신파 제퍼즈의원 탈당 시사

  • 입력 2001년 5월 23일 23시 22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50 대 50석으로 세력 균형을 이뤄온 미국 상원이 한 공화당 의원의 탈당 움직임으로 균형이 깨질지도 모를 처지에 놓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제임스 제퍼즈의원(67·버몬트주).

미국 언론은 22일 “그동안 당론보다는 소신에 따른 교차투표를 주장해온 제퍼즈 의원이 탈당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으며 23일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른 일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상원 교육위원장으로 3선 의원인 그가 민주당으로 갈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이 100석 가운데 절반씩을 나눠 갖고 있는 상원의 세력균형이 깨지게 된다.

공화당은 비록 수는 같지만 딕 체니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수적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퍼즈 의원이 민주당으로 이적할 경우 여소야대가 돼 입법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미국의 현행 상원법에는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20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하도록 돼있어 상임위원장직도 모두 민주당 쪽으로 넘어가고 만다. 이럴 경우 새로운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에너지 정책, 과세정책 등 산적한 과제를 추진해야 할 부시 행정부로서는 민주당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22일 제퍼즈 의원을 직접 만나 공화당에 남아줄 것을 설득했으나 제퍼즈 의원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날 긴급 회의를 갖고 제퍼즈 의원의 탈당에 따라 초래될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재정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는 제퍼즈 의원은 최근 부시 대통령의 1조6000억달러 감세안에 반대하는 등 공화당이 너무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이런 틈을 노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등이 나서 그에게 민주당으로의 이적을 요구했으며 교육위원회나 재정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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