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국가연합'으로 가나…피셔 獨외무 "유럽 통합 필요"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40분


유럽연합(EU)이 과연 '국가연합'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독일과 프랑스 등의 중도 좌파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EU를 정치적으로 통합해 국가연합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추진 등 EU 확장 정책과 맞물려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의 극우 정당과 주권국가론을 주장하는 덴마크 등으로부터의 반발도 만만찮아 이같은 주장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잇따르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 주장=독일 사민당 소속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EU가 정치적으로 한단계 더 통합된 '국가연합'의 형태로 발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13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이 급진적인 유럽 통합 방안을 수립했다"며 여기엔 EU 대통령 선출, 통합 정부에 과세권 부여, EU 방위군의 전세계 개입 허용, 이민정책 일원화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7일 열린 유럽 사민당 지도자 회의에서 EU의 정치적 통합과 EU의 기능 확대를 역설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랑부예에서 열린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된 후 1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정치 통합의 이유와 반발=2004년 구 공산권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해 회원국 수가 지금의 15개국에서 최대 27개국으로 늘어날 경우 EU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가연합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게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설명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중도 좌파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이같은 통합 주장이 제기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가 장차 통합적 성격 을 띨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유럽의 정치적 통합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최근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 우파 '자유의 집 연합'에 소속된 극우민족주의 정당 '민족동맹'은 "유럽 통합 움직임은 서유럽을 구 소련의 연방 체제처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총리도 최근 "슈뢰더 독일 총리의 주장은 유럽 '초강대국' 창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클라우스 라르센-예센 덴마크 총리도 "EU 집행위원회를 유럽정부로 바꾸려는 독일 등의 움직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정치 통합의 전망=유럽 문제 전문가들은 반발이 있겠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돼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이 계속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EU 출범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군사적 충돌이 모두 EU권 밖에서 일어났다며 EU가 유럽 전체로 확대된다면 분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군사적 충돌 뿐만 아니라 국가간 이해 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도 EU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갖는 형태로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며 또 그렇게 추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난해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을 통해 EU의 각국 의회 대표로 유럽의회의 상원을 구성하자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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