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필리핀 政情 불안

  • 입력 2001년 4월 30일 18시 37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전 현직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둘러싸고 빚어진 국론 분열로 인해 자칫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지도 모를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 두 나라의 수도에서는 군과 경찰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29일에 이어 30일에도 각각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의회와 필리핀 법원은 30일 두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처벌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과 골카르당 등 주요 정당은 이날 의회 총회에 앞서 “압두라만와히드 대통령의 1차 해명이 적절치 못했다”며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2단계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늦어도 1일까지 총회를 열어 와히드(사진) 대통령의 금융스캔들과 관련해 2차 해명요구서 발부를 결의하고 탄핵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2차 해명요구서가 발부되면 와히드 대통령은 한달 내에 국회에 다시 출석해 해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명하지 않거나 해명이 불성실할 경우 최고권력기관인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를 소집해 탄핵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한편 이날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와히드 대통령 지지자 5000여명이 의사당 앞까지 시위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전날 와히드 지지 기도회를 마친 뒤 귀향을 거부하고 남은 나들라툴 울라마(NU) 등 이슬람 단체 소속 회원들.

이들 단체 가운데 일부는 ‘와히드 사수’를 위한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창과 곤봉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와히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반면 와히드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슬람 단체인 무하마디야는 군경이 폭동을 진압하지 못하면 자신들이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슬람 단체간의 충돌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필리핀▼

반부패법원은 수감중인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에게 당초 3일 법정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가 이날 소환일정을 6월27일로 연기했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공금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재판에서 중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 내각을 소집해 에스트라다 지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중 수만명은 이날 마닐라 시내에 적색 경계경보 태세가 내려진 가운데 6일째 시내 오르티가스 인근 가톨릭 성당에 모여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300여명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자는 이날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아들인 조지프 빅터 에헤르시토의 지시에 따라 증권거래소까지 가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몽둥이와 알루미늄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경찰간에 아직까지 별다른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군부는 쿠데타 발발 가능성에 대비해 중무장한 기동부대를 별도 편성해 놓고 있다.

한편 리고베르토 티글라오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측은 지난 밤 대규모 시위대를 국방부 근처로 집결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 했다”며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정권 탈취 기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진영의 한 군 장성이 군 장교들에게 쿠데타를 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군 정보기관에 의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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