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상요구액 160억원 넘을듯

  • 입력 2001년 4월 9일 17시 24분


중국은 8일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 논평을 통해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측에 있다며 미국 정부가 추락한 전투기와 실종된 조종사에 대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측은 그러나 구체적인 배상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미국측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면 중국측에 어떤 근거로,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홍콩 언론들은 우선 추락한 F8 전투기 값으로 1200만달러(약 160억원)를 중국측에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F8 전투기의 대외 판매가격은 600만∼720만달러지만 추락한 전투기는 중국 남해함대에 배치돼 운용중인 것으로 추가 탑재된 첨단장비의 가격 등을 합산할 경우 1억위안 규모가 된다는 계산이다.

또 현재 수색작업이 진행중인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미국은 별도로 50만달러(약 6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9년 5월 유고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 때의 전례에 따른 것. 당시 미국측은 사망한 중국 대사관 직원 3명에 대해 1인당 50만달러씩을 배상했다.

미국은 또 현재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억류중인 미군 정찰기 승무원 24명을 본국으로 데려가는 등 사건 뒤처리를 위해 별도의 보상금도 물어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측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일종의 위로금인 셈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영공 침범과 정찰기의 급회전으로 초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충돌사건을 일으킨 미군 정찰기가 통신설비가 완전해 중국측과 사전에 충분히 교신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락 없이 중국의 공군기지에 비상착륙하는 바람에 각종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미국은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때 중국과의 협상에 따라 사망자 3명과 부상자 18명에 대해 450만달러(약 60억원)를 지급하고 대사관이 입은 물적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2800만달러(약 370억원)를 별도로 지급했다.

당시 협상은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를 분리해 따로 진행됐다. 인명 피해에 대한 배상 합의는 그 해 7월 타결됐고 물적 피해 부분에 대한 협상은 그로부터 5개월 뒤인 12월에 끝났다.

한편 인민해방군 기관지의 이번 배상 요구에서 보듯 충돌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군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사건으로 그동안 '웅크린 호랑이'와 같았던 중국 군부가 정치에 더욱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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