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佛 대통령, 시장재직시 거액수뢰 증언에 곤경

  • 입력 2001년 4월 6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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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시장 재직 시절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와 곤경에 처했다. 더구나 사회당 의원들이 이를 기회로 조만간 그에 대한 탄핵안을 하원에 상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어려움을 맡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4일 비공개로 진행된 파리시 영세민임대주택 건설 수주 관련 수뢰 의혹 예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프랑수아 치올리나 전 파리시 건설개발국 부국장이 시라크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5일 보도했다.

치올리나 전 부국장은 1989∼93년 영세민임대주택 건설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시절 시라크 당시 파리시장이 건설사들에 대해 수주를 미끼로 자신이 소속된 공화국연합(RPR)을 위한 불법 정치자금 모금의 주모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건설업자들은 수주를 받으려면 돈다발부터 시청 금고에 채워넣어야 한다고 내놓고 말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시라크 당시 시장이 수뢰한 돈은 6억프랑(약 1140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아르노 몽트부르 사회당 의원은 "조만간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10여명의 사회당 의원이 탄핵안 제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안을 하원에 정식으로 상정하려면 최소 의원 58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회당은 시라크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사회당 출신의 리오넬 죠스팽 총리와 맞붙을 것이 확실시한 만큼 이번 기회에 '시라크 흔들기'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4일 열린 재판에 출두하라는 에릭 알팡 예심판사의 소환장을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은 법률상 정당하지 못하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셸 알리오-마리 RPR 총재는 예심 비밀원칙 이 지켜지지 않은 채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소환장 발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법무부 등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죠스팽 총리의 책임이라며 맞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반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가에서는 시라크 대통령이 3월 총선에서 파리와 리옹의 시장직을 사회당에 내준 데 이어 이번 수뢰 사건까지 겹쳐 내년 대선 가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인 CSA가 최근 조사한 정치인 개인별 지지도(100% 만점)를 보면 시라크 대통령이 57%, 죠스팽 총리가 52%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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