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충돌 3일째]백악관 中전문가 없어 난감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 충돌 사건 이틀째인 3일 중국측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정찰기에서 각종 비밀장비를 떼어내는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측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또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언급한 직후 중국 정부가 정찰기와 승무원들을 조기에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자 승무원들의 가족과 동료들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 있는 정찰기 탑승자의 가족과 동료들은 3일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전해진 뒤 탑승자들의 안전에 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도쿄 서남쪽 1600㎞에 위치한 이 기지의 군무원 로버트 그래함(38)은 “승무원 중 일부는 이 곳에 가족들이 있다”며 “도대체 24명의 신변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걱정.

○…대만 국제전략연구소의 양치행 부소장은 “중국은 미 정찰기 승무원 24명을 인질로 삼아 최근 미국에 망명한 중국 인민해방군(PLA) 쉬쥔핑(徐俊平) 대령과의 교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중국 관리들이 불시착한 미군 정찰기가 보유한 군사기밀을 빼내 러시아에 팔아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미국 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외교적 도전을 맞고 있지만 정작 백악관과 국무부 내에 중국 전문가가 없어 난감한 표정.

선대(先代) 부시 정권에서는 리처드 솔로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케네스 리버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 등 확실한 중국통이 있었으나 지금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짐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 지명자,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일본 전문가 일색.

○…중국 국민은 2일 정부가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아직 행방불명인 만큼 불시착한 미군 정찰기를 억류해야 한다며 분노.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반미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이날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도 100여명의 친(親) 중국 시위대가 모여 미군의 영공침입을 비난. 베이징시의 한 젊은이는 “미국은 전제 폭군”이라며 “이번엔 우리가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력히 성토.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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