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언론탄압 반정부시위 격화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41분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우크라이나가 독립 10년 만에 최악의 정국 위기를 맞고 있다.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반체제언론인의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야당이 사임을 요구하고 연일 반체제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야당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는 한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치마 대통령은 “야당이 정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섰다.

반체제 언론인으로 인터넷 신문인 ‘우크라이나 프라브다’의 편집인이었던 그리고리 곤가드제가 지난해 9월 실종된 뒤 석달 후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사건 직후 야당인 사회당은 살해를 지시하는 쿠치마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

이 테이프는 한 대통령경호원이 폭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쿠치마 대통령은 이 테이프가 변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보안부장과 국가경호총국장을 해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했으나 야당들이 ‘쿠치마 없는 우크라이나’라는 반정부 연합단체를 결성해 항의시위에 나서며 사태가 크게 악화됐다.

야당과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집권 6년 동안 쿠치마 정부의 언론탄압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쿠치마 대통령은 99년에는 미국의 언론인보호위원회(CPJ)로부터 ‘가장 심하게 언론을 탄압하는 세계지도자 1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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