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문제보다 파룬궁 더 위험"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중국 정부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지난달 23일 일어난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의 집단자살 기도 사건 전모를 31일 공개하면서 파룬궁이 ‘사교’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이에 대해 “창시자인 리훙즈(48·李洪志)가 자살을 금지했기 때문에 분신을 기도한 사람들은 파룬궁 수련자일 리가 없다”면서 “정부 발표는 파룬궁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사건발생 8일 만에 이례적으로 사건전말을 자세히 발표한 것은 파룬궁에 대해 재차 강력한 단속을 벌이기 위한 선전공세”라면서 “중국 수뇌부는 대만문제보다 파룬궁문제를 더욱 시급하고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와 해방군보 등 관영매체들은 이날 파룬궁 수련자들의 분신자살소동에 관한 정부발표를 크게 실었다. 기사 제목은 ‘사교 파룬궁의 하늘도 용서할 수 없는 죄행’이었으며 ‘생명을 해치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신화통신의 논평이 곁들여졌다.또 베이징청년보는 분신을 시도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싣고 “베이징(北京) 시민은 파룬궁의 이 같은 죄행에 크게 놀랐으며 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CCTV는 톈안먼 성루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찍힌 당시 분신 장면과 함께 생존자와 그 가족 등 관계자들의 증언을 내보내면서 파룬궁을 사교로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어 보도했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람은 7명으로 모두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카이펑(開封)시 출신. 이들은 열차 편으로 각기 베이징에 도착해 ‘춘제(春節·설날)’ 전날인 23일 오후 톈안먼 광장에서 모인 다음 준비해온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실제 몸에 불을 붙인 사람은 5명이었으며 이중 12세 딸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류춘링(36세·여)은 죽고 딸 류쓰잉 등 4명은 중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화통신은 의사들이 전력을 다해 치료를 하고 있으며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류쓰잉은 병상에서 계속 어머니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가족과의 인터뷰를 시도한 CCTV는 “분신자살을 시도한 가장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데도 당사자의 가족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면서 “파룬궁은 이처럼 가정과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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