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美대통령 下]부시 항로 험난…경제에 달렸다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28분


20일 미국의 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정치적 ‘밀월’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7일 대선 이후 35일간 계속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와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당선된 까닭에 그는 여느 당선자 같으면 승리의 기쁨과 감격에 젖어 있을 때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며 대선으로 분열된 국론 통합을 걱정해야 했다. 그가 노동부장관으로 지명한 린다 차베스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밝혀져 중도사퇴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언론과 민주당의 견제는 만만치 않다.

부시 당선자의 최대 현안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8년간 호황을 거듭하던 미 경제는 최근 침체 우려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91년 걸프전쟁 때 이라크를 압도하며 승리,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경기 침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다음해 재선에 실패했다. 당시 이를 지켜봤던 부시 당선자이기에 경제문제에 더욱 잘 대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어리석은 사람, 문제는 경제야”란 유명한 말로 경쟁자인 부시 전대통령을 몰아붙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부시 당선자 역시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는 경제 부양을 위해 공약으로 내세웠던 감세정책(10년간 1조6000억달러 규모를 삭감)을 조기에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정책이 부자한테만 도움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경제학자도 감세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2, 3년 뒤에나 나타나지만 재정적자와 인플레 등 부작용은 금세 나타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 [슈퍼파워 美대통령 上]핵무기 통제권 쥐고 세계평화 좌우
- [슈퍼파워 美대통령 中]워싱턴-케네디 국민존경 한몸에
- [슈퍼파워 美대통령 下]부시 항로 험난…경제에 달렸다

외교안보 분야의 과제도 녹록하지 않다. 부시 당선자는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을 지냈던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 외에 콜린 파월(국무), 도널드 럼스펠드(국방),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으로 화려한 진용을 구축해 힘에 바탕을 둔 외교안보노선을 지향하나 국제사회의 반발이 크다. 특히 북한 이라크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부시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해선 북한 이라크와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우방국조차 비판적이다.

또 개성이 강한 외교안보팀 구성원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호흡을 잘 맞출 것인지도 관심사. 라이스 보좌관이 17일 한 세미나에서 외교안보팀의 ‘팀워크’를 유달리 강조한 것은 바로 이같은 주변의 우려 때문에 나온 말로 보인다.

이 밖에 사실상 공화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는 의회도 앞으로 사사건건 부시 당선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또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도력을 보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부시 당선자는 18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제 일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그가 말처럼 갖가지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까. 미 언론은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으로는 최초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부시 당선자가 ‘최고경영자’다운 수완을 국정운영에서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냉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부시 당선자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사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