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대처 설전]"대처, 업적만큼 허물도 많아"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노동당)와 마거릿 대처 전총리(보수당) 사이에 당적을 넘어 유지돼온 우호관계가 유럽신속대응군 참여 문제로 깨지고 말았다.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집권 후 이례적으로 대처 전총리를 관저로 불러 조언을 구했으며 높은 조세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공공부문 투자 등 대처 전총리와 비슷한 경제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22일 의회에서 “대처 전총리는 업적만큼 허물도 있었던 사람이며 이제 우리는 대처의 벽을 넘어 그가 물려준 유산과 싸워야 할 때”라며 대처 전총리를 공격했다.

이에 앞서 퇴임 10주년을 맞은 대처 전총리는 22일 일간지 선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최근 영국이 유럽신속대응군에 1만2500여명의 병력을 제공키로 한 결정을 비난했다. 대처 전총리는 “이는 정치적 허영심을 위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이라며 “기념비적인 우둔함”이라고 맹비난했다.보수당은 전통적으로 유럽 대륙과 다른 독자노선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처 전총리는 극단적인 독자노선파로 군사외교 분야에서는 블레어 총리와 정책노선이 크게 다르다.

영국 정치전문가들은 블레어 총리의 이번 대처 공격이 내년 봄 총선을 앞둔 사전포석이라고 진단했다. 4월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배한 블레어 총리가 이번 기회에 대처 전총리와의 차이를 부각시켜 그간 노동당 정권의 경제정책이 대처 시절의 유산이 아님을 각인시키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당은 앞으로 내년 예산안의 공공부문 투자 증액 조치가 노동당 자체의 정책임을 강조하고 이를 삭감하려는 보수당의 움직임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