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지구촌 말말말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17분


‘너무 표 차가 적어 당선을 선언할 수 없다(too close to call).’ 사상초유의 미국 대통령 선거 사태를 보도하면서 미국 신문과 방송에 가장 많이 나온 제목이다.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도 이번 사태를 논평하는 다양한 말들을 쏟아냈다.

▽“만약 이런 일이 나이지리아나 다른 아프리카국가에서 일어났다면 전세계가 우리를 조롱했을텐데….”(나이지리아의 한 택시기사)

▽“플로리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 같은데.”(로마의 한 커피가게 주인)

▽“마치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처럼 들린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멕시코의 한 정치학자)

▽“21세기가 시작된 첫 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에서 제3세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났다.”(앨런 알스너 로이터통신기자)

▽“미국인들이 승자에 동의할 수 없다면 타협안이 있다. (대통령 임기의 반을 잘라)앨 고어 후보가 2년을 하고, 부시 후보가 나머지 2년을 하게 하라.”(9년째 내전중인 시에라리온의 한 대학생)

▽“제발, 대통령이 조시 W 부시 후보에게 보낸 당선 축전을 공표하지 말아달라.”(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 비서실이 당황한 듯 느낌표를 5개(!!!!!)나 말미에 찍어 보낸 취소전문)

▽“대부분의 미국인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해변에 놀러 왔군요.”(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의장, 미국 대선일인 7일 아바나의 휴양지에서 한 미국인에게)

▽“미국 정치판에서 속임수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더욱 그렇다.”(쿠바의 한 정치평론가)

▽“미 대선 드라마의 원고는 추리소설계의 마이스터(대가)가 쓴 작품인 것처럼 보인다.”(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신문)

▽“미국판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을 보는 것 같다.”(미국의 한 정치평론가)

▽“이제 어떤 미국인도 ‘내 투표가 (대세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말할 수 없게 됐다.”(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플로리다의 적은 표가 민주주의와 투표권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며)

▽“박빙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표 차가 적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부시 후보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박제균·신치영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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