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이트'서 만난 일본인 남녀 동반자살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6시 41분


자살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일본인 남녀가 메일을 주고 받은 지 3주만에 동반자살했다.

후쿠이(福井)현 경찰은 지난달 26일 46세 남성 치과의사와 25세 여성 회사원이 남성의 집근처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달 초 자살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뒤 수십차례 E메일을 통해 자살용 약물 종류와 치사량, 자살 장소 등을 상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의사가 준비한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탓에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주고 받은 메일 중에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들은 자살하기 수일 전 처음으로 만났으며 두 번째 만남에서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만성질환으로 병원문을 닫았으며 가족과 별거 상태였다. 여성은 가정문제로 고민하다 숨지기 직전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심리적인 불안정 상태에서 이들이 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살 충동이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이용한 홈페이지에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고민 등을 털어놓는 '의견방'이 있다. 의견방에는 "죽거나 입원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소송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는 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지적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것으로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있다.

일본에는 현재 '자살 방법'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만 150개에 이른다. 그러나 독극물을 파는 등의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는 한 단속하기 어렵다는 것. 98년12월 삿포로(札幌)시의 한 학원강사가 인터넷으로 판매한 독극물을 먹고 한 여성이 자살한 적이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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