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두 '백악관 대변인'의 만남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26분


《이달 초 물러난 백악관 대변인 조 록하트는 그동안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앨리슨 제이니는 NBC에서 방송된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백악관 대변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해 찬사는 물론 에미상까지 받았다. 이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일을 지켜본 소감과 각자의 직업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Q: 두 분이 각자 상대방의 모습을 지켜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록하트〓‘웨스트 윙’이 제가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시청자들이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진짜 현실 속의 사람으로 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죠. 가짜 사람들(배우)로 백악관 사람들의 현실생활을 인식시킨 셈이죠.

▽제이니〓그러니까 우리가 우리가 백악관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들어준 셈이군요?

▽록하트〓그래요. 전 그 사실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처음 드라마가 방송되기 시작할 때 저는 당신의 얼굴에서 제 모습의 일부를 보았어요. 누군가가 멍청한 질문을 했을 때 당신이 짓던 그 경멸스러운 표정 말이에요. 그건 정말 훌륭한 ‘못된 표정’이었어요.

▽제이니〓저는 우리 드라마가 정치에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백악관에 일종의 주름살 제거수술을 해준 셈이죠.

▽록하트〓우린 그 수술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에겐 그런 것이 필요해요.

Q: 연기력은 대변인에게도 중요한 것입니까?

▽록하트〓생각해보면 재밌어요. 저는 연기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거든요. 저는 평생 동안 남들 앞에 서본 적이 없었어요.

▽제이니〓재밌군요. 저는 대사를 미리 외운 상태에서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서 대본 없이 말을 하는 것은, 설사 그 주제에 대해 제가 아주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정말 어려워요.

▽록하트〓저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많은 말을 듣죠. 하지만 그 말들에 대해 항상 100%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세히 살펴보면 제가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답변을 하면서 명확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제이니〓마이크 매커리는 때로 어떤 사실에 대해 일부러 알려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러면 거짓말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요. 당신도 그런가요, 조?

▽록하트〓아뇨. 마이크는 르윈스키 문제가 가장 심각했을 때 대변인이었죠. 그는 제게 진실을 천천히 말하는 게 제 임무라고 했죠. 자기가 사실을 정말로 확실하게 알고 있는지 항상 확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제이니〓지난해 가을에 당신이 백악관 브리핑에 저를 참가시켜주었을 때, 한 백악관 직원이 제게 와서 마치 진짜 대변인에게 하듯이 충고를 해주었어요.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다, 당신의 임무는 그것밖에 없다, 그런 내용이었죠. 전 정말 깜짝 놀랐어요.

▽록하트〓‘웨스트 윙’의 출연진이 백악관에 왔을 때 연기자들과 백악관 직원들이 모두 서로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였었죠. 그거 아세요? 연기자 로브 로가 루스벨트 룸에 있을 때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서 그를 보러간 사람이 40명이었어요. 젊은 여직원들 뿐만이 아니라 중간 간부들도 남녀를 막론하고 그를 보러갔죠. 그리고 앨리슨 당신과 함께 백악관 안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이 TV에서 저를 연기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것도 꽤 근사한 일이었어요.

▽제이니〓우린 둘 다 일을 시작한 첫 해에 같은 경험을 했어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긴 하는데 정확하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 말이에요. 사람들은 마치 ‘혹시 지난주에 제 사촌 결혼식에 오셨던 분인가요?’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을 짓죠.

▽록하트〓그럼 결혼식에 갔었다고 말하세요. 거기서 춤도 췄다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금방 표정이 부드러워지면서 아, 내가 그 때 정말로 취해서 기억을 못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죠.

▽제이니〓은퇴하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요? 벌써 향수를 느끼는 건 아니죠?

▽록하트〓생각하면 참 재미있어요. 난 호텔 방에 편히 앉아서 베오그라드에서 일어난 일을 지켜봤어요. 그리고 마음 한편에서 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문제를 다루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다만 거기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022mag―shoptal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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