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野후보 권력장악…군부 충성 다짐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19분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에서 대통령 선거과정의 부정에 항의하는 군중시위가 발생해 로베르 구에이 장군의 군정이 무너지면서 야권의 로랑 그바그보 후보가 25일 사실상 권력을 장악했다. 군부도 즉각 그바그보 후보에 충성을 다짐했다.

성난 군중들이 TV방송국 등을 점거하고 구에이 장군이 국외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그바그보 후보는 국영 라디오 연설에서 자신이 코트디부아르 제2공화국의 첫 대통령 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승리를 확인할 때까지는 대통령에 취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도 아비장 시내에는 수천명의 그바그보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승리를 축하했다.

이어 그바그보 후보는 고위 군간부와 경찰간부, 정부각료들을 잇따라 만나 '권력다지기 작업'에 들어갔다.

수마일라 디아바카트 참모총장도 이날 저녁 국영TV에 나와 "군은 그바그보 후보에게 충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구에이 장군은 가족들과 함께 인접국 베냉으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그가 국내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야당지도자들과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대선절차의 문제점을 들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국이 빠른 시일내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외국계 혈통이라는 이유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던 알라사네 우아타라 전총리측은 "이번 대선이 '불법'이라며 출마금지자 14명을 모두 포함한 새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아비장 시내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시위가 발생해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도 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구에이 장군과 최근 시민의 힘에 무릅을 꿇고 권좌에서 물러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쿠데타와 선거 조작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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