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평화 다시 깃들까

  • 입력 2000년 10월 17일 23시 50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계속되고 있는 유혈충돌을 끝내기 위한 긴급 중동정상회담이 17일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회의장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일부에서는 휴전협정 체결에 실패해 ‘파국’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전날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낙관론도 흘러나오는 등 협상 결과를 놓고 관측이 엇갈렸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6일 유혈사태를 조사할 국제진상조사 위원회 구성을 놓고 극단적으로 대치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7일 극적으로 폭력사태 중단에 합의하기는 했으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는 유혈충돌 사태가 계속돼 아직은 평화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팔레스타인의 과격단체 하마스는 이날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이집트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알셰이흐에서 속개된 중동정상 회담을 마친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결단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의 중재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잠을 3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을 도출했기 때문인지 활기찬 목소리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불과 5시간 정도의 휴식 끝에 17일 오전 9시 회담을 속개했다.

이날 회담에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관측통들은 클린턴 대통령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아라파트 수반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회담을 속개하면서 “우리는 시간이 오늘 아침밖에 없다”며 양측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17일 오전 4시까지 16시간 동안 계속된 긴급 중동정상회담에서는 당초 기대됐던 바라크총리와 아라파트 수반간의 1대1 회담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취재진을 위해 서로 미소를 짓거나 악수를 교환하지도 않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그러나 회담 직전 악수는 했다고 회담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별도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협상대표가 이스라엘측의 슐로모 벤아미 외무장관을 겨냥해 “살인자”라고 외쳐 양측간에 고함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회담에 참석 중인 각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합의문 초안작성 작업을 진행해 돌파구가 열리는 듯 했으나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각국의 이견 때문에 최종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날 새벽 잠시 휴식을 취하러 호텔로 돌아간 클린턴 대통령은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에게 “이번 회담은 실패할 수 없는 회담”이라며 양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하루만 아라파트 수반을 세차례, 바라크 총리를 4차례나 별도로 만나 ‘셔틀(중재) 외교’를 펼치며 이견을 좁히느라 안간힘을 썼다.

○…양측은 회담이 결렬될 경우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쏟아질 것을 우려, 막후 외교협상보다는 대언론 홍보전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

바라크 총리는 질라드 셰르, 나흐만 샤이 등 4명의 공식 대변인들 이외에 이타마르 라비노비치 텔아비브대 총장(전 주미대사) 등 5명의 장외 대변인을 동원해 대대적인 친이스라엘여론조성 작업에 나섰다.

팔레스타인측도 아라파트 수반의 수석보좌관인 나빌 아부르데네와 나빌 샤스 기획장관 등 ‘입’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의 폭력성과 침략성을 호소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납치된 이스라엘 사업가 엘하난 텐넨바움(54)의 딸 카렌은 16일 이스라엘 TV에 나와 “아버지는 아픈 사람이어서 간호가 필요하다”며 석방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카렌은 이날 “납치는 비양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라면서 “아빠가 몸 성히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쉬지 못할 것”이라고 호소. 이스라엘 언론들도 그가 약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며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윤양섭기자·외신종합연합〉

lailai@donga.com

▼클린턴 대통령 발표요지

양측(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번 폭력사태를 종식하고 더 이상의 개입을 삼가며 팔레스타인 지역 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상황을 이번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고 마찰의 요인을 제거한다. 여기에는 팔레스타인 관할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해제와 가자공항 개설이 포함된다. 미국과 유엔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향후 평화협상과 항구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이 재개돼야 한다. 미국은 향후 협상 진전을 위해 관련국들과 2주일 내에 협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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