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망명 유고 왕세자 영구 귀국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6분


"나는 해방된 세르비아에 도착했다.”

영국 런던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하다 15일 베오그라드에 돌아온 알렉산더 카라조르제비치 유고 왕세자(55)는 감격의 귀환 일성(一聲)을 토해냈다. 알렉산더 왕세자는 이날 공항에서 '국왕 만세’ '왕정 만세’를 외치며 환호하는 250여명의 환영객들에게 떠듬거리는 세르비아 말로 "유고 국민이 유럽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민중혁명을 치하했다.

알렉산더 왕세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나치가 유고를 침공하자 런던으로 망명했던 유고의 마지막 왕 페타르 2세가 런던에서 얻은 아들. 왕정이었던 유고에 2차 대전이 끝난 뒤 티토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왕가의 귀국은 금지됐고 국내 재산도 몰수당했다.

런던에서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던 그는 92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 정권의 허가를 얻어 일시 귀국한다. 그러나 밀로셰비치 치하의 유고 민중의 참상을 본 왕세자는 런던으로 돌아간 뒤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알렉산더 왕세자는 귀국회견에서도 "역사를 거스르려는 힘이 아직도 저항을 하고 있다”며 밀로셰비치 잔존 세력의 준동을 경계했다.

유고는 90년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명중 1명이 왕정복고를 찬성할 정도로 왕정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나라. 알렉산더 왕세자도 "왕관을 되찾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민주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해 입헌군주제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다. 하지만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알렉산더 왕세자의 영향력을 밀로셰비치 잔존세력과의 싸움에 이용하려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외신들의 분석이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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