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두 정상이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이런 만큼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는 안팎에서 그리 높지 않다. 심지어 7년간 양측간 회담을 중재해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관련해 “환상은 없다”며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클린턴 대통령 등이 서둘러 6자회담을 마련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폭력양상이 그만큼 심상찮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12세 소년이 총탄에 쓰러지는 장면과 이스라엘 병사가 뭇매를 맞고 창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양측 주민의 해묵은 증오를 더욱 깊게 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여론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79%가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응답했으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체결가능성에 대해 61%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점차 폭력을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가고 있다.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도 거친 경고를 주고받으며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바라크는 거국내각 구성을 선언했고 아라파트 수반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이슬람원리주의 단체 ‘하마스’의 전사들을 대거 석방했다. 이는 오슬로 협정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들이다.
바라크 총리는 ‘선(先) 폭력중단’을, 아라파트 수반은 ‘선 국제조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완강하게 맞서왔으나 이제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일단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강경파들이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치부담은 여전한 상황.
미국의 뉴욕타임스지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폭력행위 중단 합의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7월 캠프데이비드 회담에서 추구했던 평화협정 체결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는 기대하기 어렵고 단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분위기라도 만들면 다행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라크와 아라파트로서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폭력사태 중단조차도 합의하지 못하면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이 그치기는커녕 통제 불능의 사태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모두 칼날 위에 서있는 셈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