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軍警 파업 동조…헌재 '대선 일부 무효화' 의혹

  • 입력 2000년 10월 5일 23시 31분


유고 야당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 축출을 위해 국민에게 ‘5일 베오그라드 집결’을 호소한 가운데 수십만명의 군중이 이날 오전 유고 전역에서 베오그라드로 몰려들었다.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은 이날 오후 베오그라드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집회를 열어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예정이다.

유고 제2의 도시인 노비사드에서 시위대를 가득 태운 25대의 버스가, 제3의 도시인 니스에서는 20대의 버스와 150대의 승용차가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때 경찰의 저지를 받았으나 별 충돌없이 베오그라드에 진입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지하 방송인 B2―92는 “시위대 일부는 불도저를 앞세우고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시위 진압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4일 시위 진압차 출동한 군경 일부가 오히려 시위대에 가담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4일 세르비아공화국 20개 도시에서는 30여만명이 밀로셰비치 퇴진 시위를 벌였다. 이날 광원 7500여명이 파업을 벌이며 농성중인 콜루바라 탄광에 군경이 투입됐다. 이들은 광원들이 농성에 동참하라고 촉구하자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는 대신 농성에 동조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와 야당 지지자 1만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이 탄광에 집결했다. 이 때 일부 군경 병력은 코스투니차 후보가 광원과 지지자에게 연설할 때 헬멧을 벗고 군중과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세르비아 제3의 도시인 니스에서는 주민 약 5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베오그라드에서는 각각 1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2개의 시위대가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행진했다. 세르비아민주야당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5일 오후 3시까지 코스투니차 후보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고 물러나라고 ‘최후통첩’했다.

군경이 농성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유고 연방 헌법재판소는 ‘대선 결과 무효’를 선언했다고 관영 탄유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선언의 구체적인 결정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차투표 자체가 무효라는 것인지, 밀로셰비치 대통령측이 대규모 부정을 저지른 남부 세르비나와 코소보지역에서 실시된 투표만 무효라는 것인지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만일 1차 투표 전면 무효라면 60일 내에 다시 1차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남부 세르비아나 코소보 등에서의 재선거를 의미한다면 야당 쪽에 유리하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이 밀로셰비치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음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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