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4일 01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양측이 휴전을 선언한 지 불과 반나절 만에 휴전이 깨지고 유혈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격전은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치지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제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세 비무장 소년이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숨져가는 모습을 지켜본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양측은 상당기간 평화협정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분위기〓이스라엘군의 총탄에 쓰러진 비무장 소년들의 장례식을 마친 뒤 팔레스타인인들의 감정은 극도로 격앙돼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총을 쏘지 말라는 명령도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장례식에 참가했던 한 남자는 “휴전은 아라파트와 바라크 사이의 일이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해 그 분위기를 짐작케 해 준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의 총격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평화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휴전선언에도 불구하고 총격전이 발생한 데 대해 이스라엘측은 아라파트 수반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일단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고 휴전협정을 지키기 위해 팔레스타인과의 접경 지역 등 예민한 지점에서 병력을 뒷선으로 물렸다.
▽화해 노력〓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각각 만나 후속조치를 논의키로 했다. 두 정상이 직접 대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어 두 정상은 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중재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두 번의 연쇄적인 회동은 유혈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2일 “유혈사태에도 불구하고 중동평화협상은 계속돼야 하며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국가 강경 대응〓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측에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란의 종교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등은 2일 “이슬람의 적에 대한 성전(聖戰)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시리아간의 평화협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윤양섭·홍성철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