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크 "예루살렘 주권 공유가능"

  • 입력 2000년 9월 28일 23시 02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의 주권을 팔레스타인과 공유할 의사가 있음을 처음으로 공개 표명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바라크 총리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예루살렘과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 이름)가 각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라크 총리는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템플 마운트’의 주권은 팔레스타인측이나 이슬람 기구에 넘기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라크 총리가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인정해, 독립시 수도로 삼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힘에 따라 중동평화 협정 체결 전망이 밝아졌다.

예루살렘의 지위, 곧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중동평화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바라크 총리는 7월 캠프데이비드 협상에서 1967년 3차 중동전쟁 기간중 점령한 동예루살렘의 일부를 팔레스타인에 양보하되 3대 종교의 성지가 몰려있는 구시가지 일부에 대해 공동주권을 행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바라크 총리가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이 양보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팔레스타인도 동예루살렘의 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평화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 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동예루살렘을 국제 관리 아래 두자는 중재안도 제시했으며 미국 등은 주권 공유 방안을 제시해 왔다.

바라크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분쟁 종식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이스라엘의 항구적 국경,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민 문제, 동부 국경을 중심으로 하는 안보협정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크 총리는 예루살렘 문제를 일시 유보하고 부분적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바라크 총리의 이날 회견 내용은 극우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가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한 데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해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공개됐다.

샤론 당수는 동예루살렘의 주권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펴기 위해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한 것. 2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은 사원 내에서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해 최소한 29명이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27일 팔레스타인 과격파가 이스라엘군 차량에 폭탄을 던져 이스라엘군인 한 명이 숨졌다.

<홍성철기자·외신종합연합>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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