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르포]상품-인력-자본 '대륙風' 몰아친다

입력 2000-09-20 18:58수정 2009-09-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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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중국관광객 북적
티베트의 행정구역은 라싸(拉薩)시와 6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이중 라사 동남쪽에 있는 산난(山南)지구는 ‘난창(南藏)’으로 불리는 남부 티베트의 곡창 지대다.

라싸에서 야루장푸강을 끼고 3시간여를 달리자 쩌당(澤當)진에 닿았다. 산난지구의 중심으로 인구 1만5000명의 작은 도시다. 마침 야룽(雅隆)문화제가 한창이었다. 3일간 열리는 이 지역 최대의 축제라고 한다. 쩌당은 모처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산난지구 외사판공실 주임은 “산난지구와 자매결연을 한 내지(內地)의 후난(湖南)성 후베이(湖北)성에서 대규모 방문단이 왔다”고 설명했다. ‘내지’는 티베트에서 중국 본토를 지칭하는 말이다.

티베트에 내지인들이 진출한 것은 1951년 티베트에 인민해방군이 진주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당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휘하던 시난(西南)군은 티베트 황교(黃敎) 제2의 지도자 판첸라마의 요청으로 파옌카라산맥을 넘어 티베트로 진공했다. 이들은 창두(昌都) 등에서 티베트반군과 격돌했으나 이를 평정하고, 곧 3500㎞에 걸친 중국과 인도 네팔 부탄 등의 국경수비에 투입됐다.

이와 함께 내지의 군인가족과 관료 기술 요원들이 티베트에 들어와 정착했다. 중국은 이들을 통해 농지개혁을 실시하고 도로 발전소 등을 건설하며 중앙집권을 가속화했다. 현재도 내지인들이 정부기관 주요 포스트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자치구 정부에는 주석과 7명의 부주석이 있는데 부주석 2명이 한족이다. 사실상 정부를 지도 통제하는 자치구 당위원회 서기는 한족인 천쿠이위안(陳奎元). 당위원회 서기는 자치구 주석보다 서열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티베트 자치구의 최고위 인사는 한족이다.

인민해방군의 진주 이후 행정 요원을 중심으로 한 내지인들의 티베트 유입을 1차라고 한다면 민간인을 중심으로 한 2차 유입은 최근에 시작됐다.

쩌당에는 쓰촨(四川)식 음식점이 무척 많다. 쓰촨식 샤부샤부점은 물론이고 충칭(重慶)식, 청두(成都)식 별미라고 쓴 간판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비디오가게에는 쓰촨방언으로 된 드라마까지 진열돼 있을 정도다. 산난지구 정부 야룽풍경국(환경녹지국)에서 근무하는 수마(32·여)는 “쩌당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쓰촨 사람”이라며 “쓰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쓰촨 방언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티베트족 상인은 “내지사람들이 아무래도 장사에 대한 감이 빠르다”며 “내지인들이 티베트의 상권을 잡고 있어 상품들도 모두 내지에서 들어온다”고 말했다.

티베트에는 공장이 거의 없다. 철도도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산품들이 쓰촨성과 티베트를 잇는 촨창(川藏)공로나 칭하이(靑海)성과 연결된 칭창(靑藏)공로를 통해 내지에서 공급된다.

그래서인지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 건전지는 내지에 비해 2배나 비싸고 8위안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지도 한 장을 40위안에 파는 가게도 있다. ‘바가지’가 아니냐고 묻자 가게 주인은 “8위안은 내지 가격일 뿐”이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인력과 상품에 이어 최근에는 내지의 자본들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88년 설립돼 해마다 적자에 시달려 왔던 국영 라싸맥주도 98년 쓰촨의 대기업 광다이(光大)집단에 사실상 매각되면서 흑자로 반전됐다. 불과 2년만에 티베트 맥주시장의 85%를 점하게 된 이 회사는 티베트 최고의 현대식 기업이다. 티베트에서 주식 투자자의 절반 이상을 전체 인구의 10%도 못되는 내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상품―인력―자본이라는 ‘대륙풍’이 몰아치면서 티베트는 지난 5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지인들은 이것은 시작일 뿐이며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를 계기로 함께 중국 중앙 정부가 티베트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젖줄' 야루장푸江▼

티베트에는 ‘목욕절’이라는 독특한 풍속이 있다. 티베트 월력으로 7월 초순, 금성이 서쪽 하늘에 떠오르는 때가 되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강으로 나가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티베트고원을 가로지르는 야루장푸강은 물이 늘 차갑다. ‘야루장푸’라는 말 자체가 티베트어로 ‘고산에서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이라는 뜻이다.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차가운 물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들어갔다가는 몸을 상하기 십상이다. 목욕절은 티베트인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생활의 지혜인 셈이다.

야루장푸강은 티베트 동부 히말라야산맥 북쪽 산록에서 발원해 티베트고원을 거쳐 미얀마와의 국경 부근에서 인도로 흘러든다. 태국의 메콩강, 중국의 양쯔강도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강들이다.

야루장푸강은 티베트인들이 수천년간 의지해온 젖줄이다. 수도 라사와 제2의 도시인 르카쩌(日喀則)를 비롯해 쩌당(澤當), 린즈(林芝) 등 주요도시들이 모두 이 강 유역에 자리잡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이 강이 흐르면서 빚어낸 평원에서 보리의 일종인 칭커를 재배하며 반농반목의 전통사회를 유지해왔다.

티베트인은 몽고반점이 있는 몽골계 인종이다. 이들의 습속중에는 우리와 비슷한 게 무척 많다. 북춤을 출 때는 색동옷을 입고, 티베트오페라인 ‘창시(藏戱)’는 우리나라 탈춤을 연상케 한다. 탈 모양이나 춤사위가 봉산탈춤과 흡사하다. 씨름을 하는 모습도 우리와 똑같다.

언어도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티베트대학에서 티베트어를 배우고 있는 이모씨(31·서울 용산구)는 “존칭어 변화까지 우리와 똑같아 배우기가 아주 쉽다”고 말했다.

<쩌당〓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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