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진정세…OPEC 대폭증산 전망

  • 입력 2000년 9월 9일 17시 05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0일 회의에서 원유 증산량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리기로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폭등을 거듭해온 국제 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유럽 각지로 고유가 항의 시위가 확산되고 미국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고려함에 따라 OPEC 회원국이 증산 규모를 하루 50만배럴에서 70만배럴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8일“OPEC각료회의에서유가를배럴당 22∼28달러선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행동이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증산을 반대해온 이란의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도 이날 “OPEC는 과도하게 높은 유가나 인위적인 공급 부족은 원치 않는다”고 말해 증산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음을 시사했다.

8일 미국 뉴욕시장에서는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33.60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날의 35.39달러보다 1달러 79센트 떨어진 것이다. 이날 영국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달러 80센트 하락, 32.75달러에 장을 마쳤다.프랑스 정부가 유가를 인상하자 트럭노조가 석유저장시설을 봉쇄한 데 이어 8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도 유가 인상에 항의한 농민과 트럭노조원의 정유공장 점거사태와 저속운행 시위가 벌어졌다.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선진국보다 신흥시장 국가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선진국 경제는 석유 의존도가 하락했지만 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은 산업화와 승용차 증가로 인해 석유 수입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