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장은 누구]김대통령 訪美때 백악관 만찬 참석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데이비드 장씨(56)의 경력과 행적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8일 “올해 초 그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청문회에서 검찰은 그가 최소한 2개의 여권과 3개의 소셜 시큐리티 넘버(사회보장번호·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 및 2개의 출생지와 3개의 생일을 사용했으며 동시에 두 여자와 결혼한 사실에 주목했다”며 그의 복잡한 이력을 전했다. 장씨는 90년경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그는 43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한 뒤 중국이 공산화될 때 한국으로 피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출생했으며 63년 화물선을 타고 미국에 왔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주위 사람들에겐 70년대와 80년대에 영국과 중동지역에서 석유거래상으로 일했고, 영국 최고의 명문학교를 다녔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고급주택과 차량, 객실 235개짜리 호텔을 소유하고 있지만 수입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송금된 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장씨는 대사관이나 다른 교민들과는 거의 접촉이 없었다”며 “그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미 때 백악관 만찬에 참석한 것도 백악관이 정치자금 기부실적에 따라 초청한 것일 뿐 대사관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장씨가 참석한 백악관 행사는 수백명씩 초청을 받는 자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했기 때문인지 장씨는 백악관 행사에 초대받는 등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장씨가 98년 11월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클린턴의 숙소인 하얏트호텔 객실로 초대받아 함께 피자를 먹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장씨는 지난해 여름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책임자인 테리 매콜리프를 자문으로 고용, 대한생명을 인수하려 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토리첼리 상원의원 등 장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던 정치인들이 당시 김종필(金鍾泌)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대한생명 인수회사로 장씨 소유의 파나콤사를 추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고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역임한 대니얼 머피를 사업 파트너로 삼아 공화당측과도 긴밀한 교류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정치자금을 기부한 대신 특별한 대가를 챙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대통령의 대변인인 제이크 세이워트는 “장씨가 제안한 것 중에 우리가 수용하거나 실행한 것은 없다”며 “아무 것도 잘못된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도 장씨가 북한에 곡물을 수출하고 받지 못한 대금 7100만달러(약 781억원)를 받아내는 데 미 정부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장씨가 처음엔 클린턴 대통령, 토리첼리 상원의원, 매콜리프 등의 잘못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밝혔으나 최근엔 그에 관한 정보가 있음을 검찰에 시사하고 수사당국에 협력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장씨 사건은 한국정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장씨 문제가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JP 면담요청 거절"▼

미국의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 등이 지난해 데이비드 장의 대한생명 인수를 돕기 위해 김종필(金鍾泌) 당시 국무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 김 전 총리 측은 29일 “편지가 온 게 아니라 외교통상부를 통해 토리첼리 의원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면담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지난해 여름 토리첼리 의원의 면담 희망의사를 보고받고 알아 본 결과 대생 인수와 관련돼 있음이 드러나 JP가 ‘만날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고 전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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