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해리포터' 판타지 동화인가 정통 문학인가?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빌리언셀러 ‘해리 포터’는 과연 ‘성인’ 문학일까? 외국의 기성문단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최근 해외 유명 매체에 실린 ‘해리 포터’ 리뷰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세계적으로 ‘해리 포터’ 독자의 상당수는 어른이다. 문학수첩 김종철 주간은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40% 정도가 성인 독자”라면서 “아이들 책을 따라 읽던 30, 40대 부모 세대에서 점차 20대 젊은층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부엉이를 띄워 주세요’란 은어다. “e메일을 보내달라”는 뜻으로 주인공 해리 포터에게 편지를 날라주는 부엉이를 빗댄 표현이다.

외국 어른들의 열광은 ‘패틱 상태’라는 표현처럼 열광적이다. 이 책을 아동용 ‘판타지 동화’로 폄하하던 문학계가 ‘해리 포터’의 문학성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해외 리뷰를 보면 ‘해리 포터’가 ‘아동물의 틀을 깬 작품’이란 데에는 별 의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인용 정통문학에 범주에 넣을 수 있겠느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해리 포터’의 문학성 시비는 올초 영국에서 촉발됐다. 권위있는 문학상인 위트브레드(Whitbread)상을 놓고 셔머스 히니와 경합을 붙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시셨지만 ‘해리 포터’가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과 대등하게 평가받았다는 점은 ‘문학성’에 대한 반증으로 여겨졌다. 그 뒤로 ‘해리 포터’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주조를 이뤘다.

그러다 7월 시리즈 4권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발표되면서는 비판적 목소리가 다시 조금씩 나오고 있다. “주인공인 마법사 소년이 삶의 성찰이나 깊이를 보여주지 못한다”(영국 옵저버), “상상력은 뛰어나지만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진부함이 가득한 이야기”(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뻔한 스토리는 오래된 맥주처럼 단순한 맛”(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 등등.

한켠에서는 “잘 읽히고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문학 연대기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미국 포트랜드 오레고니언)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해리 포터’ 문학성 논란을 정리하면서도 이에 대한 일체의 평가를 유보했다.

하지만 ‘해리 포터’를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허클베리핀의 모험’처럼 본격 문학의 반열에 올리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캐릭터보다 매혹적인 것은 우정과 성숙에 대한 작가의 비전이다. 책의 배경은 마술이지만 그 주제는 점점 어른들의 것이 되고 있다”(영국 더 타임스).

‘해리 포터’의 국내 번역판 출간에 참여했던 시인이자 평론가인 성기수씨는 “재미에서도 웬만한 대중소설보다 나을 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웬만한 문학작품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한다. 그는 “모든 장면과 대화가 서로가 서로를 설명할 뿐 아니라, 책 곳곳에 숨겨진 복선이 마지막에 가면 실타래가 풀리듯 ‘마법처럼’ 하나로 풀린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한편 ‘해리 포터’에 대한 우리 평단의 반응은 냉냉하기 그지없다. 시리즈를 통틀어 이미 국내에서 110만부가 팔렸지만 제대로된 비평문은 커녕, 제대로 정독한 비평가를 찾기 힘들다. 문학수첩측이 외국의 평론 자료를 모아 올해중 ‘해리 포터’ 비평서를 출간하려는 것도 이런 무신경과 무관치 않다.

일반 독자 상당수의 시각은 명쾌하다.

“이 시대의 화두인 ‘해리 포터’가 문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문학인가.”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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