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요절한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 초이'

  • 입력 2000년 8월 16일 19시 42분


15일 러시아의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 초이의 10주기를 맞아 전국이 추모 열기로 들떴다.

이날 ‘빅토르 초이의 벽’이 있는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와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전국에서 수천명의 팬이 모여들어 추모행사를 열었다. 음악전문채널인 MTV를 비롯한 방송사는 특집과 그가 출연했던 영화와 공연 모습을 내보냈다.

특히 ORT방송은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10년 후’란 특집을 통해 그를 재조명했으며 90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렸던 마지막 공연도 다시 방영했다. 유명 가수들이 부른 추모 앨범도 곧 나올 예정이다.

8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키노(영화)라는 록그룹을 이끌며 소련 말기 젊은이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초이는 90년 교통사고로 28세에 요절했다.

그가 상트페테르부르크 보구슬라프스크 묘지에 묻히던 날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고 10대 팬은 자살소동을 벌였다. 극성팬들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초이의 벽’을 세웠다.

초이가 인기를 끈 이유는 소련 말기 혼란기에 방황하던 젊은 층에게 저항정신과 젊음이 가득 찬 강력한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국영 RTR방송은 “초이는 마지막 영웅이며 그 시대의 아들이었다”고 평가했다.

평론가 키릴 라즈로고프 교수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초이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열성적인 숭배자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그에 대해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청년’이라고 평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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