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군개혁 일단락…핵탄두 1500기까지 감축

  • 입력 2000년 8월 14일 14시 59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전력을 크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11일 안보회의에서 푸틴은 러시아군이 갖고 있는 6000여기의 핵탄두를 1500기까지 감축키로 결정했다고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가 전했다. 러시아는 당초 미국과의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서 3000∼3500기로,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에서는 2000∼2500기로 핵탄두를 줄일 예정이었으나 푸틴은 독자적으로 이보다 훨씬 큰 폭의 감축을 결정한 것.

이날 안보회의에서는 현재 전략미사일군 예하의 우주방위부대를 2002년까지 공군소속으로 넘기기로 했다고 아나톨리 코르누코프 공군 사령관이 밝혔다. 그러나 공군에 흡수될 위기에 처했던 전략미사일군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몇몇 대공미사일 부대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줄이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군부내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동안 육군출신의 아나톨리 크바쉬닌 총참모장은 "핵전력유지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대폭 줄이고 체첸전 등 국지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크바쉬닌은 핵탄두를 1400기까지 줄이고 전략미사일군을 해체해 공군에 편입하는 군개혁안을 내 놓았다.

이에 맞서 전략미사일군 출신의 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은 핵전력 유지는 러시아의 정치적 위상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고 반발, 양측은 대립해 왔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푸틴이 실제로는 크바쉬닌의 손을 들어줬지만 전략미사일군의 명맥은 유지시켜 세르게예프의 체면도 살려주는 절묘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세르게예프의 실각을 점치고 있다.

푸틴이 군개혁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국가경제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대규모 핵전력을 갖춘 120만 대군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러시아 국방예산은 50억 달러로 미국의 2680억 달러의 1/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러시아군의 재래식 전력에도 큰 폭의 감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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