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頂上들의여름휴가 백태…"바쁜데 뭘" "갈건 가야지"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15분


<<지구촌의 주요국가 정상들은 어떤 피서 계획을 갖고 있을까.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같이 ‘외조’를 위해 휴가를 반납하는 등 휴가를 포기하거나 단축하는 사람도 있고 고급별장이 즐비한 한적한 해변 등에서 느긋하게 재충전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클린턴〓클린턴 대통령은 힐러리 여사의 선거운동을 돕느라 휴가를 가지 않을 예정.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클린턴 대통령이 주말에 민주당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8월14∼17일) 직후와 노동절 연휴(9월2∼4일) 주말을 뉴욕 북부 지역에서 지낼 계획. 그는 지난해에도 8월말부터 10일간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석, 힐러리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그러나 그는 보통 때는 3주 정도의 휴가 기간중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빈야드 섬에 있는 친구의 별장에서 독서와 골프를 즐겨왔다. 골프광인 그는 97년 휴가 때는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잭 웰치 사장 등과 골프를 쳐 7 오버파 79타로 생애 3번째 싱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은 휴가 기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98년 휴가 때는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리스트 훈련기지 등에 대한 미사일 기습 공격을 발표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로는 캠프데이비드 별장과 주요 군사기지 등이 꼽힌다.

▽모리〓일본 총리는 휴가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자기 마음대로 날짜를 잡을 수 없다. 오봉(お盆)이라고 하는 8월15일을 전후한 일주일간에 공무원들이 대부분 쉬기 때문에 총리도 이 때 휴가를 가는 것이 관례. 그러나 국회가 열리거나 주요한 정치 행사가 있으면 휴가를 반납해야 한다.

올 오봉 휴가는 내달 13일부터 시작하지만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휴가를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 내달 11일까지 G8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하는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인데다 야당에서 회기연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회기가 늘어나면 모리 총리의 휴가는 물건너 간다.

휴가는 보통 별장이나 휴양지로 가지만 당 간부들과 한 두 번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것이 보통. 몇 년전부터 휴가 기간 중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와 같이 병원에 입원해 건강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타〓중국 지도부는 보하이(渤海)만 연안의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관례. 마오쩌둥(毛澤東)은 장시(江西)성 루산(蘆山)에 있는 산장에서 여름 휴가를 즐겼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 지도부의 여름 휴양지는 ‘내륙의 산장’에서 ‘연안의 해변’으로 바뀌었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北京)에서는 불과 두시간 거리로 해변에는 고급별장이 줄지어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 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주요 정책들을 결정해 ‘베이다이허 회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 장쩌민(江澤民)주석도 7월 마지막주와 8월 첫째주에 걸쳐 회의를 주재하며 20일간 이상 여기서 머물 계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월말경 여름휴가를 갈 예정. 그러나 그는 챙겨야할 일이 산적해 4주간의 휴가중 1주일 남짓만 쉴 계획이라는 것. ‘일중독자’로 소문난 그는 총리나 연방보안부장으로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곰사냥을 하는 등 요란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는 달리 그는 평범한 휴가를 보낼 전망. 러시아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전용 다차(별장)나 고관들이 이용하는 고급 휴양소에서 휴가를 즐겨 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주로 한적한 섬에서 휴가를 보내왔다.

블레어총리는 매년 이탈리아와 프랑스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 호화판 휴가를 보낸다는 핀잔을 듣곤 했다. 그의 늦둥이 넷째 아들 레오는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변에서 보낸 휴가의 결실.

시라크대통령은 여름휴가지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쪽 라 레이니옹섬 등을 선호하는 반면 서민적인 조스팽 총리는 프랑스 남서부 레 섬의 개인별장을 매년 찾는다. 그러나 올 7월부터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의 순번의장국을 맡아 이들이 예년처럼 몇주씩 휴가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워싱턴·도쿄·베이징·모스크바·파리〓한기흥·심규선·이종환·김기현·김세원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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