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日 나오키문학賞 재일동포 공동수상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43분


재일동포 소설가가 기성작가에게 주는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直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문학진흥회는 14일 2000년 상반기 제123회 나오키상 수상자로 한국 국적의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31)를 후나도 요이치(船戶與一·56)와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작은 ‘GO(고)’. 재일동포 3세 고교생과 일본인 여자와의 연애를 통해 일본사회에 숨어있는 민족차별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소설이라는 표현형식을 발견한 기쁨이 넘쳐 난다. 신선하며 생생하고 문장도 훌륭하다. 유머감각도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가네시로는 자신을 ‘재일한국인’으로 규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스스로를 ‘코리안 저패니즈(한국계 일본인)’로 소개한다. 한국과 일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그는 수상 인터뷰에서 재일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지칭하는 ‘재일문학’에 대해 “모두 무겁고 어두운데다 재미있는 소설이 없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재일문학’이 아니라 일본문학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타마(琦玉)현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도쿄(東京)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민족학교에 다녔으나 고교는 일본학교에 진학했다. 넓은 세계를 보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른 것. 그러나 동포들로부터는 ‘매국노’라는 말을 듣고 일본인으로부터는 차별을 당했다.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빠져든 것이 독서였다.

그는 게이오(慶應)대학 법학부에 진학하면서 소설가를 꿈꿨다. 98년 ‘레벌루션 No.3’로 소설현대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첫 단행본. 그는 “처음 낸 책으로 상을 받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이런 저런 사정이 있으므로 양해해 달라”며 사양했다.

한편 이날 신인작가들에게 주는 아쿠타가와(芥川)상에는 마쓰우라 히사키(松浦壽輝·46), 마치다 고(町田康·38)가 공동수상했다. 마쓰우라는 현직 도쿄대 교수, 마치다는 밴드주자출신.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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