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독립선언 이후]아라파트 승부수 藥이냐 毒이냐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3분


《팔레스타인 중앙위원회(PCC)가 9월13일을 기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지루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 국민은 그동안 이스라엘측의 무성의와 협상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자치정부 지도부의 무능력에 대해 분노를 표출해 왔다. 5월15일 정착지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이같은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입장〓93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에 따라 94년 출범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5월 독립국가를 세웠어야 했다. 양측은 93년 ‘오슬로협정’에서 팔레스타인이 94년부터 5년 동안 자치기간을 거쳐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 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 독립국가를 건설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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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강경책에 밀려 자치기간을 1년 연장, 올 9월에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독립국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2월 열린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는 등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마저 실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평화협상의 걸림돌은 팔레스타인이 수도로 삼고자 하는 동예루살렘과 국경문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 문제, 그리고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문제 등.

특히 동예루살렘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측면도 걸려 있어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성지인 예루살렘이 과거처럼 이슬람교도들에게 점령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지난달 바라크 총리가 동예루살렘 인근의 3개 마을을 팔레스타인에 양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동예루살렘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협상에만 매달려서는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숙원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신만 부르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스라엘의 반발〓팔레스타인측의 일방적 독립 선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군사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요시 베이린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3일 “이스라엘이 인정하지 않은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만약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국의 고민〓그동안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은 어렵게 조성된 중동의 평화 분위기가 이번 선언으로 깨지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기본틀인 오슬로협정은 상호주의가 원칙”이라며 “양측은 미국이 일방적인 행동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7, 8월중 한두차례에 걸쳐 3자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양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3자회담에 앞서 양자간 협상이 더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과 28일에도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보내 미국을 포함한 3자간 협상을 제의했지만 팔레스타인측의 거절로 무위에 그친 바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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