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청률 낮은 전당대회 생중계 "NO"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1분


올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ABC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례적으로 올 여름 열리는 양 당 전당대회를 생중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양 당의 선거캠페인 담당자들은 아쉬운대로 케이블TV라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당초 이들은 앨 고어(민주)와 조지 W 부시(공화)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지명되는 과정 및 연설 장면을 황금시간대에 주요 방송을 통해 생중계, 후보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그 열기를 ‘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유는 물론 시청률. 각종 여론조사 결과 따분한 전당대회를 보느니 차라리 다른 프로의 재방송이라도 보겠다고 응답한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것.

그러자 지난주 ABC는 재빨리 “전당대회 개회식을 생중계하는 대신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31일과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8월 14일은 모두 월요일. ABC의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인 ‘월요일 밤 풋볼경기(Monday Night Football)’가 방영되는 날이다. ABC는 평소대로 풋볼경기를 내보내되 중간에 전당대회 소식을 전하는 한편 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당대회장으로 연결할 방침이다. ABC측은 “전당대회 중계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너무나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CBS와 NBC도 ABC처럼 전당대회 중계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전문가들은 지상파 TV들이 전당대회 생중계마저 외면함으로써 앞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와 관련,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CBS의 시청률 조사자료에 따르면 4년전 대통령선거에 앞서 열린 전당대회 기간의 시청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96년 전당대회 직전 주요 방송 3사의 시청자는 평균 3700만명이었다. 그러나 양 당의 전당대회를 중계한 나흘 동안 TV를 본 시청자는 평균 1700만명(공화당)∼1800만명(민주당)에 불과했다.

4대 네트워크방송 중 유일하게 전당대회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폭스TV. 폭스TV는 “96년 시청률이 저조했던 것은 빌 클린턴대통령의 승리가 워낙 확실시 돼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이에 따라 폭스TV는 상황을 좀더 지켜보다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생중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폭스는 96년 두차례에 걸친 대통령후보의 TV토론을 방영하는 대신 야구경기를 생중계 하는 파격 편성으로 경쟁 방송사들의 허를 찌르며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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