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시스 손녀 15억달러 유산 자선단체 기부 상담

  • 입력 2000년 7월 2일 19시 20분


‘누구나 부자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많은 재산이 반드시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75년 사망)의 손녀 아티나 오나시스(15). 어린 나이에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진리를 깨달았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아티나가 평범한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엄청난 유산을 포기하고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아티나는 만 18세가 되는 2003년 1월 15억달러의 유산을 상속받게 돼 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6700억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재산이다. 아티나는 3세 때 어머니 크리스티나가 사망하면서 오나시스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다.

아티나는 최근 유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600억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자선사업에 내놓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재정고문들과 상담을 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아티나가 이같은 결심을 한 것은 끊임없는 유괴 가능성에 대한 공포로 경호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등 불안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지긋지긋했기 때문. 그녀의 친구들은 아티나가 평소 서섹스주에 있는 마을 학교에 다니면서 많지 않은 용돈을 쓰면서 평범하게 살았던 가수 폴 매카트니의 딸 스텔라를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재산관리인들과 아버지 티에리 러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법정싸움도 아티나가 유산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아티나-마지막 오나시스’라는 책을 쓴 크리스 허친스는 “아티나가 계모인 개비에게 ‘유산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티나의 결정은 ‘10대의 반항’ 이상의 것이며 엄청난 유산이 손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나시스 가족과 가까운 한 금융전문가도 “아티나는 유산상속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통해 성공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게이츠의 재정고문들은 당초 아티나에게 상속 재산을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 러셀과 계모 등 가족들을 위해 신탁할 것을 권했지만 아티나는 게이츠가 세운 자선단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티나는 평생을 우울증과 약물 복용에 시달리다 88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어머니 크리스티나의 불행이 결국은 많은 재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71년 25세때비행기 사고로 숨진 오빠 알렉산더로부터 아버지의 ‘선박 왕국’을 물려받은 뒤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아티나는 어머니가 숨진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스위스에서 아버지와 계모, 두명의 이복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